오늘 경기를 보고서..

임기현 | 2006-08-05 23:58
3,612
  오늘 저녁에 인사동에 사람 만날 일도 있고, 또 같은 조에 소속된
두 팀이 경기를 한다길래 약속시간보다 더 일찍 나가서 경기를 관람했습니다.
올 해 처음 출전하는 배틀이라서 여러가지 새로운 점이 많습니다.
그 동안 주말에 이래저래 일이 있어서 울 팀 경기 때 배틀 와 본 거 말고
관람객으로 온 건 이 번이 처음이었습니다 ㅡ.ㅡㅋ
좀 더 일찍 가서 매트도 깔고 그래야 하는데 다섯시 조금 넘어서 도착해서
그럴 일은 없더군요^^ 다음엔 좀 더 일찍 가거나 해야겠습니다.

뭐 어찌됐든 배틀에 참가하는 선수니까 말을 아끼는 게 좋을 거 같기도
합니다만, 매트 위에서 같이 뛰어본 선수들만이 가지는 그런 무언가
-매트 위에서의 긴장감이라던가, 귀를 울리는 풍물소리. 쓰러졌을 때
느끼게 되는 매트의 감촉과 머리 위로 열려있던 하늘을 바라보는 찰나의
순간.. 상대의 얼굴을 발로 찼을 때의 그 느낌.. 같은 것들을 조금이나마
알고 있는 사람의 글이 다른 분들에겐 어떻게 느껴질지 궁금해서
글을 써봅니다.


연세대팀이랑 종로팀은 이미 예전에 경기를 치룬 팀이고,
그래서 전에 시합하던 선수들 한 명 한 명이 다시 시합하는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록새록~ 하더군요 ㅜ.ㅠ

오늘 연세대는 선수가 무려 7명이나 와서 이 거 단단히 준비하고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독님이 이것저것 분석을 많이 하시고
상대선수에 맞춰서 선수를 내보내려는 것 같았습니다

연세대의 권순원 선수는 성주팀이랑 할 때 선전하시더니.. 오늘 경기는
몸이 무거워보였습니다. 발질이나 몸놀림이 좀 둔하고 맥이 끊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에 비해 종로의 첫 선수분이 경기를 잘 풀어나가신 것
같았습니다.

종로의 두 번째 선수분(죄송합니다;; 성함이 기억나지 않습니다;;)이
노련하게 경기를 잘 해주셨습니다. 두 번째 판인가 세 번째 판에서
장외로 기록되긴 했지만 상대가 하단을 차는 타이밍에 그대로 기술을
걸어 미는 게 꽤 인상에 남았습니다^^


이재준 선수는 에이스다운 기량을 가지고 있더군요^^
저도 저번에 18초만에 딴죽에 걸려 넘어진 적이 있긴 한데..
근접전에서 상대의 중심을 잽싸게 무너트리는 재주가 꽤 뛰어나더군요.
한 명 한 명 넘어지는 종로선수의 얼굴에 스치는 일말의 당혹감;;들에서
동병상련을 느꼈습니다.
아차~ 하는 순간에..  몸은 쓰러지고 있고, 이 거 어쩌지?? 하고 생각하다보면
몸은 바닥에 누워있습니다. 좀 더 기량이 있는 선수라면 쓰러지는 순간에
뭔가 카운터를 날릴 수도 있겠지만 왠만해서는 그냥 쓰러질 겁니다.
힘으로 밀리는 게 아니라 자신의 중심이 무너지는 거니까요.
전주덕진의 선수분들이 근접전에 그다지 강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니
다음 배틀 때에 이재준 선수가 어느 정도 할 지 궁금해집니다.

하지만 그런 기량과는 별개로 오늘 많이 의아하면서도 기분이 안 좋았던 것이
종로의 네 번째 선수를 이기고 본때뵈기를 할 때 앉아있는 종로팀 선수분들의
얼굴을 발로 치는 듯한 동작을 하시더군요. 자신이 이긴 선수들에게 그런
동작을 하던데, 저에게는 많이 낯설은 장면이었습니다. 경기에서 이긴 것은
이긴 것이지만 경기가 끝난 후에는 자신보다 한참이나 위인 사람들인데
그런 것은 무례한 행동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또 종로의 마지막 선수분이신 이점술 선수가 본때뵈기를 하면서
팔굽혀펴기를 할 때 등 위에 올라타시던데 만약 그 때 이점술 선수가
쓰러지기라도 한다면 경고패를 받을 수도 있는 것이죠. 시작하기 전에
공격행위를 한 것이니까요.
저희 팀은 익숙치 않지만 같은 택견을 하시는 분들이라 평소에 잘 알고
지내시는 사이일 수도 있고, 배틀의 흥미를 돋구기 위한 행동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저에게는 아직 익숙치 않은 장면이었습니다.

종로의 마지막 선수로 나온 이점술 선수분도 매 번 경기를 볼 때 마다
인상에 남습니다. 처음에 배틀 나와서 어떤 선수인지 잘 모르고
키 160 몇에 몸무게 50 몇 키로~ 이러길래 속으로
아싸~ 나보다 작고 가벼운 선수 있다~(제 몸무게가 가벼운 편은 아니지만요;;)
하고 저 선수랑 나랑 붙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ㅡ.ㅡㅋ
오늘은 예선 마지막 경기의 마지막 선수라서 그런지 상당히 집중하시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본때뵈기에서의 그 팽팽한 긴장감을 지닌 몸풀기가 인상에
남네요.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키 큰 이재준 선수를 상대로 노련하게
경기를 풀어나가신 모습이 멋졌습니다.

오늘 앉은 자리가 연세대팀 앉은 자리 바로 뒤쪽이었는데, 중간에 목이 말라
연세대 신재훈 선수분께 인사하고 연세대팀 음료수 얻어마셨는데,
마음속은 종로팀이 1승이라도 했으면 해서..
주변에서는 다들 연세대팀 응원하는데 저는 종로팀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제 옆에 앉아있는 여성분이 연세대팀을 응원온 분 같았는데,
승패가 날 때마다 저와 정반대의 반응을 보이시더군요^^;;;


에고고.. 글이 쓸데없이 길어집니다.
암튼 오늘 선수분들 모두 수고하셨구요.
저도 이제 2주 남은 경기 슬슬 준비해야겠습니다^^

구경꾼
임기현님 너무 미안해할 필요없습니다.
결련택견팀들이 이런식으로 10년넘게 시합을 해온탓에
아마 서울대뿐 아니라 경희대나 영산대등 타 단체분들께도 낯설고
익숙치 않은 장면들이 있을겁니다.
각단체의 특성이라 생각하고 조금 더 같이 시간을 보내본다면 이해되리라 생각합니다.
덕분에 동이택견의 화려한 동작을 보게되어 좋았는데, 이제 한경기남아 그 후는 내년까지 기다려야하는게 아쉽네요.

임기현
에고고... 제가 섣부르게 남긴 글 때문에 많은 분들이 글을 써 주셨네요;;
이재준 선수분 말대로 퍼포먼스로 한 행동인데 제가 잘 못 봤던 점이 많습니다.
이 점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기분 상하셨다면 그 점도 사과드리겠습니다.
뭐 다같이 만들어가는 배틀이기 때문에 제가 하고 싶던 말이 있었고
또 다같이 만들어가는 배틀이기 때문에 제가 말을 아껴야 할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택견배틀 화이팅입니다^^
이재준 선수 그리고 연세대 선수분들 화이팅입니다^^
다음에 또 음료수 얻어마시러 갈게요^^
(이...이번엔 음료수라도 사들고 가야하나??)

이재준
택견배틀이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공유하는 자리인만큼 다음부터는 좀 더 신중하게 행동하겠습니다. 혹여 제 행동이 불편을 드렸다면 그 분들께 사과드립니다.

참참
기분 나쁘면 하지 말라구 하시지...다들 웃고 즐기는 줄 알았더니만...

희안하네 ㅎㅎ
기분이 나쁠때도 많은데.ㅎㅎ
다들 원래 그런다고 하니 신기하네..ㅋ
정답없는 택견...정답 바뀌는 택견 ㅋㅋ

이크
임기현 선수, 전주 덕진 팀과 경기를 할 때도 끝까지 경기를 즐기고, 매너있는 모습을 보여주었지요. 제가 뛰는 것이 아니었음에도, 이런 선수와 시합을 하면 참 시합할 맛 나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임기현 선수가 지적한 행동들이 택견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혹 자칫하면 다른 분들에겐 달갑지 않은 행동으로 비춰질 수도 있음을 한번쯤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것이 잘못되었다거나 그러지 말라는 게 아니라, 사람의 시각이란 모두 다른 법이니까, 그 점을 염두해 두셨으면 좋겠다는 말입니다.
이상 섣부른 제 생각이었습니다^^;

일욜일엔 늦잠
그게 택견의 맛인것 같아요...가서 겁줄려고 발로 차는듯한 행동도 하고, 지고 들어오면 같은 팀에서 끌고와서 몰매도 때리고....옛날 우리 선조들은 그렇게 햇을 것 같구요, 그것을 잘 재현해 주는 끼잇는 선수들이 있는 것 같아요...기현님 예의 없는 행동이라 생각지 마시고, 기현님도 담 경기때 상대방 선수에게 함 해보시길...그걸 예의 없다구 생각하는 택견인은 없을 거에요. 오히려 모두 즐거워 할걸요..ㅋㅋㅋㅋ

이재준
임기현님 글 잘 읽었습니다. 실감나게 경기를 써주셨네요.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 짧게 글 남깁니다. 진섭형님, 점술형, 최진석 선생님 그리고 감독이신 황인무 선생님..종로구팀의 사람들과는 같이 운동도 많이했고 친하게 지내는 가족같은 팀이라 게임의 흥을 돋구기 위해서 나름대로 제가 재미있자고 한 것인데 기현님에게는 어쩌보면 무례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군요. 상대방에게 발질을 하는 퍼포먼스는 시연단에서 민속박물관에 시연 나갈때 많이 했고 또 이미 예전부터 하던거랍니다. ^ ^ 그리고 점술형 팔굽혀펴기할 때 당연히...앉는 척만 했습니다. ^ ^; 너그럽게 봐주시지요.
기현님의 표현에 따라 '아' 다르고 '어' 다를 수 있습니다.

택견수련생
직접 시합에 참가한 선수로서 남긴 글을 읽어 보니 보다 생동감이 느껴지네요. 특히
머리 위로 열린 하늘이라는 문구는 시합에 뛰어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어서 시합을 못뛰어본 사람으로서 참 부럽네요. 좋은 시합 기대해 봅니다. 서울대 화이팅!

구경꾼
임기현님 나름 예리한 분석입니다.
역시 경기를 직접 뛰는 사람입장에서 보는 시각이라 새롭네요.
우리같은 구경꾼과 느낌이 상당히 다른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경기 실감나게 전해주시면 좋을것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