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악동들.

아무것도 아닌... | 2006-10-15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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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에 또래 라는게 있다.
아무리 시대가 변했어도,
가부장적 서열의식이 밑바탕에 깔려있는 유교적 한국사회에서 특별히 공감대가 넓은 말일게다.
비슷한 시기에  똑같은 사회문화적 분위기속에서 태어나,
엇비슷한 성장과 교육과정을 몸과 마음으로 겪어온 또래들 사이에는
다른세대와 구별하여 자기들끼리만 느끼게되는 기묘한 연대의식 같은게 있기 마련이다.
게다가 나이까지 동갑 이라면 ,그들사이에서 파생되는 어떤 무형적인 느낌은 더욱 진해지게 된다.

2006년 택견배틀 4강전 어제 첫경기에서는
바로 그 또래들이 도드라졌다.
경북 성주팀은 금년들어서 매경기마다 한명씩 돌아가면서 스타를 만들어 내 왔는데
어제 영산대팀을 맞아서는 김영현 선수가 그역활을 맡았다.
아마도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잘하며 효율성이 높은 준비를 하는게 강호동감독의 원래 성격이지.... 싶게
언제나 빈틈없는 성주팀 김선수의 경기는 야무졌다.
세선수를 물리친 김영현군은 나중에 카메라앞에서는 좋아라..수줍은 포즈를 취하던데,역시 그또래 다웠다.

그러나 진짜 또래들로써
내가 다른사람 이라면 몰라도 너에게만은 질수없다,.....는 은연한 동갑내기 경쟁심이 솟아나면서도
한편에서는 서로 공감하는 동류의식이 엿뵈는 택견판이 따로 있었다.
바로 둘다 금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영산대 우상곤 선수와 경기시간 오분 내내 빈틈없는 공방을 이어간
성주팀의 "나쁜놈" (?)  배정석선수 간에 불꽃 튀는 승부였다.
어째서 정석군의 별명이 나쁜놈이 되었는지는 한번 불러놓고서 "우짜다가  나쁜놈이 돼삣드노..."고
물어보고 싶다만
그거야 어쨋든간에, 어제상대인 영산대의 우상곤 선수도 작년에 이 택견배틀판에 처음 나왔을때부터
어린선수가 침착하면서 날카롭고 순간동작이 매우 빠른점이 눈에 뜨였던
그 역시 조금은 악동끼가 엿뵈는 선수다.

영산대팀이 선수자원은 상당히 풍부한것 같지만, 그선수들이 택견인으로써 지속적인 관리는 안된탓인지 아마도 4강을 올해 성적의 최고치로 삼은것 같았다.
따라서 우상곤 선수로서는 배정석 선수와 대결이
택견을 하는젊은이로서 자신의 현재를 점검하고 진짜 택견맛을 경험할수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을게다.
그점에서는 배정석 선수 또한 마찬가지 아닐까..
아직 어린 동갑내기 택견꾼 입장에서 부담없이 서로 진짜 실력만을 겨뤄볼수있는
이런 상황을 만난다는것도 그리 흔치 않을것이기 때문이다.

짐작대로 정석군과 상곤군의 대결은, 상대의 한치 빈틈도 놓치지 않으면서 주고받는 공방이 일품이었다.
정석군이 연속동작으로 공격을 계속 이어 갈수있을만큼,
씨름선수같이 허리힘 질긴 지구력과 돌발상황에 대한 반응력이 돋보인다면
상곤군은 잠시 경계상태로 대치하는 순간에 상대얼굴로 치올려 차는 순발력 좋은 발질이 주특기 였는데
어제 배정석선수는 계속 저돌적인 대쉬로 우상곤 선수에게 기회를 주지 않다가,
경기 종료 몇초를 남기지 않았을때
찰라에 몸을 낮추고서 멋들어지게 뒤돌려차는, 아랫다리 발공격으로 우상곤선수를 무너지게 만들었다.

이런것이 멋진 승부다.
구태여 어젯밤 대결에서 누가 이겼거나, 혹은 졌거나 에  주목할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동갑내기 귀여운 악동 두사람이 진검승부를 펼치듯이
자기 가진것을 다 내뿜으며, 청신한 젊은택견을 겨루는 모습이야 말로 진짜 아름다운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귀여운 악동 사이에서 5분 경기시간동안에 부딫치며 교류되는 동갑내기 또래의 정서가 있었다면
그게 아무리 무형의 것 이라해도
오랜친구와 나누는 몇시간 대화 보다도, 순도가 오히려 더 높고
택견을 겨루는 사람사이에 오가는, 뭐라 말하기 힘든 절정감 같은것이 아니었을까,,,,,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제 2006 택견배틀은,
고려대팀 을 물리친 성대 명륜팀의, 밑질게 없는 패기로 질주하는 도전파워 앞에서
기존 챔피언으로써 쉽게 흔들리지 않으리라...다시 한번 마음 다지고 나올 경북 성주팀이 벌여야할
마지막승부 만을 남겨두었다.
두팀은 모두가 예상한대로 외나무다리 위에서 만나
과연 올 한해 가을걷이를 어느쪽의 누가 제대로 해낼것인지, 매우 빡빡하고 쉽잖은 그 과제를 넘어야 한다.
내심 아무리 자신감이 넘친다 해도 서로에겐 긴장감이 따르지 않을수 없을것이다.
그러나 긴장감이 때로는 쾌감이 될수있다
두팀 선수들에게
스스로가 좋아서 맘먹고 하는 택견이라면 그에 뒤따르는  달콤하고 짜릿한 긴장감을 즐기면서
제 가진것을 제대로 발휘하는, 그런 멋지고 좋은 택견판을 기대하고 있다.

택견의 맛,
각기 다른 삶, 다른 의식을 가진이들과도 더불어 함께 어울리는 사람의 멋,
그것을 무언중에 나눌수있는
2006년 택견배틀  대단원의 막이  내려가는 장면을 그려보면서.....

배틀러브
"스스로가 좋아서 맘먹고 하는 택견이라면 그에 뒤따르는 달콤하고 짜릿한 긴장감을 즐기면서 제 가진것을 제대로 발휘하는 그런 멋지고 좋은 택견판을 그려본다."
- 이말이 젤 와닿습니다.

암것도...
그렇군요.
나는 분명히 천하장사 강호동을 연상하면서 친것같은데 어째서 황씨로 적혔을까요.
거참 희한 합니다.......^^
저번엔 평택 임꺽정님을
고정관념에 따라 양평사람으로 쳐놓고선 어째 이상한것같다... 싶더니만
아무래도
요새 내생각과 손가락이 안 친한것 같습니다.
이 가을에 핸드크림 이라도 하나 사서 손가락을 달래 줘야 할것같습니다....^^

깐죽이
좋은 글입니다만,,,, 황호동이 아니라 강호동 선생님입니다....가문을 바꾸시다니ㅋㅋㅋ

Evenezer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