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의 봄

아무것도 아닌 | 2007-04-15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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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나풀나풀 봄바람에 날리는 벗꽃잎이 비처럼 흩뿌리는 화창한 날이었다,
서울의 벗꽃도 절반이나 떨어져버렸다.
이제 서울의 봄이 비로소 신고식을 마친것이다.

택견배틀이 열리는 인사동골목의 풍경도 어김없이 계절색이 바뀌었는데
초입에 번잡하고 너저분한 노점상길이나 외국관광객들이 꼭 들렸다가는 인사동마당의
향기롭지못한 냄새들도 새삼스럽다.
택견배틀장에 서있자면 마치 배짱이처럼 토요일마다 가요를 부르는 젊은이들의 식상한 음악소리가 들리고
구청측이 관리를 못해서 거리가 지저분한 종로지만, 이제야 진짜 인사동의 봄이 온것같다.
그리고 인사동 하면 빠지지 않는것중에 작은 대나무숲 뒷편에서 날라오는 생선굽는냄새가 있다.

7.80년대만해도 종로통엔 입시학원들이 몰려있었다.
새벽이면 재수생들이 거리에 가득, 구름같이 몰려들었다가 아침 직장인들이 출근할 시간이되면  
그많던 애들이 한명도 안보이고 어디론가 모두 사라져버리는 희한한 동네였다.
그 어두운 뒷골목 창고 같은곳에 자리한 술집이 딱 하나 있었는데
백열등 하나에 간판도없이 침침한그곳은 양은주전자에 담은 술과 구운 임연수나 순대를 파는 막걸리집이었다.
그야말로 재수생뿐아니라 성인들에게도 낭만 부스러기가 풀풀 날라 다니는집 이었다.
좁은장소에 다닥다닥 붙어앉는집이라서 서로의 이야기가 뒤섞이고 낯선사람 끼리도 쉽게 정감을
주고받던 기억이 난다.
그 막걸리집도 이제 30년이 훌쩍 넘었을텐데, 한번인가 주인이 바뀌었다는말도 들은적 있고
지금은 그길이 흥청한 술집골목이 되어서
때가 덜묻고 다소 진지하기도 했던 그시절의 분위기가 거의 퇴색해 사라져 버렸지만  
여전히 버티고있는 그 막걸리집에서 풍겨오는 임연수 굽는 냄새다.

인사동하면 과거엔 작은 갤러리들과 골동품상점들 그리고 비싼 자개가구점들이 몰려있던 동네였다.
저녁이 되면 인적이 거의 끊기고 어둡고 한적했던 이동네 구석구석에는
눈 밝은이들이, 무언가 진지한 삶과 사람의 속내를 찾는 분위기가 있어서, 몇몇 자존감 있는 찻집과 술집이
곳곳에 숨어 있었던 차분한 동네였다.
그러나 지금은 관청과 메스컴에서 문화의 거리 라는 허울을 내세웠을뿐
사실은 빡빡한 세태에 지친 뭇사람들이 잠깐이나마 문화적 허영이나 사치를 부릴수있도록
겉치레나 제공하는 잡상인들의  난장거리가 되어버렸다.
차라리 요즘은 조금이나마 다듬어진 분위기를 찾자면 안국동골목길을 따라 삼청동쪽으로 올라가는 길이
그나마 나을판이다.

그거야 어찌됐든. 어제부터 시작된 2007태견배틀도 꼭 찾아보고자 하는건 아니었는데도
관성처럼 내발길이 이어졌다.
어찌생각해보면 택견배틀장도 비록 일방적이라 해도
낯익은 얼굴들이 많이 있다는점에서 내게 꼭 낯설지만은 않은장소가 되었는데
그래도 지나가는사람의 서먹함은 변함이 없다.

어제 첫경기에서는 새얼굴로 등장한 이름 모를선수가 뜻밖에도 돋보이는 활약으로
다무팀이 모처럼 신나는 출발을 하는가 싶더니만,
그만 앞서 너무 많은힘을 소비하는 바람에 경기대팀 에서 한가락하는 짐승(?) 윤성균선수의 속내까지는
뒤집어 놓치 못했다.
경기대팀 에선 작년에 콧백이도 안뵈던  김성일선수가,(상일 아니었나?) 군기가 쪼옥 빠진 민간인 냄새를
물씬 풍기며 등장해 반가웠다.

결속력이 유난스레 드러나는 노원구팀과, 전력을 보강한 고대 오비팀간의  두번째 경기에서는
언제나 걱달궂은 뚝심을 자랑하는 소병수선수가 
다음달에 결혼한다는 신부감을 뒤에 앉혀두고서, 새신랑으로써 두사람의 앞날에 대한 기대와 포부를 한껏 담아
힘자랑 한번 멋지게 하며, 고대오비팀을 틀어 막아버린 판, 이었다.
더구나 택견판에서 신부감을 만났다고 하니
앞으로  소병수선수가 만들 가정이, 늘 활기차고 튼튼할것 만큼은 틀림이 없을것같다.
아마도 질박 하고 옹골찬 가정관리로서 화목한 집안을 꾸리지않을까.싶다.
그리고
요사이 출산률이 형편없이 떨어지는 우리나라에서 소병수선수가 애국심을 후끈(?) 발휘하여
보란듯이 대가정을 이뤄보는건 또 어떨까...? ^^
이제 인생의 새로운 단계로 들어서려는 소병수선수의 결혼을
꾸밈없는 마음으로 축하한다.

비오는 날 아침에 읽으니깐 더 맛깔나네요. 구경 못 가서 아쉬웠는데.. 덕분에 조금이나마 그 흥취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결택지화자
아무것도 아닌님은 대체 누구인가 그것이 궁굼하다~?!
일반인은 아닌것같은 우선 그 근거로 각팀의 선수이름을 꽤고있음
택견용어도 아는것으로 사료됨 가끔 모른다는듯 둘러대지만
알면서 모른척하는 향이 짙음 ... 여기까지 x파일...

에벤에셀
올해도 어김없이 올려주시네요. 기대하고 있었어요. 잘 읽었습니다 ㅇㅅㅇ/

대한국인
아 봄이라...한국의 봄은 참으로 멋지지요. 여기 불루밍턴은 봄이 있는 둥 마는 둥 춥고 비비람에 눈까지... 애써 피운 꽃들까지 다 얼어 버리는...
그립다 못해 마음이 아픈...
한국...고국...
작년에 서울에 갔을 때 연세대 졸업한 아는 형 부인이 대리고 간 막걸리 집. 그 형 부인 말로는 피맛골인가... 오!수정이라는 영화에도 나왔다고...아마 그집 같습니다.
참으로 신기 한 일이었습니다...어릴적 할아버지 심부름 갔다 오던 길에 훔쳐먹던 도둑
막걸리...사실 한국 있을 땐 미국식 빠에 가서 똥 폼잠으며 맥주나 먹었었는데...오랜만에 한국에 가니 어찌그리 맛있고 정겹던지...
그리고 그 땐 왜 택견 배틀을 몰랐을까요?
지도 교수임 소개로 경인 미술관도 가고, 같이 유학하는 후배 소개로 한식집도 가고, 또 운현궁에서 민속 놀이도 했었는데...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벛꽃피고 목련피는 한국의 봄이 너무 그립습니다.
어릴 적 그렇게 택견 배운다고 좋아했었었는데...그게 어디 택견인지도 몰랐고 그저 선배들 따라 이리저리 배운 것이었는데도 그리 좋았건만 한국에 까지 그 것도 5월 인사동에 까지 갔건만...
역시 사람이란 인연이 있어야 하며 가까운데 늘 있었던 건 쉽게 지나쳐버리는 습관이 있는 듯...
지금에서야 이렇게 멀리 있어서야 귀한줄 아는 우리 문화...우리 것...
이렇게 나마 우리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드립니다. 특히 우리 도 기현 회장님께 그리고 결련 택견 분들 및 택견배틀에 참여하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 드립니다.

임꺽정
고맙 습니다.

배틀러
아무것도 아닌님 반갑습니다. 긴 동면을 깨어난 개구리, 봄, 택견배틀,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님.... 예의 그 자리에서 어제도 즐거운 관람을 하셨나요? 올해도 좋은 글 많이 고대합니다. 많은 팬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