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날의 택견

아무것도 아닌 | 2007-05-20 10:09
4,531
올봄에는 유난스레 비가 잦다.
오월 이맘때 쯤이면
서울 어디에서라도 날라오던 향긋하고 달싸한 아카시아 꽃냄새도 비에 씻겨
있었는둥 마는둥, 그만 꽃이 다 떨어져 버렸나보다.

몇주만에 가서 본 어제 택견배틀 도
한낯 내내 괜찮더니만  하필 그시간이 되자마자 자잘한 비가 오락가락하면서 짖궂게 굴었다.
덕택에 첫번째 경기인 성주팀과 경희대팀간의 대결은
제거되지 않는 물기 때문에 바닦이 미끄러운것이  무시못할 변수가 되어 버렸다.
미끄러운것은 피차 마찬가지 라해도 선수의 체형과 경기스타일에 따라 유,불리가 있을수 있으니 말이다.

어제 성주팀에 첫등장한 배창호 선수는
감독을 비롯한 성주팀원들이, 배틀경기에 데뷔전을 치르는 그의 긴장감을 덜어주고 기를 살려주느라  
마구 마구(?) 밀어주는 분위기속에서 등장했다.
자그마한 체구에 돌콩같이 단단하고 앙증맞은 얼굴윤곽을 가진 배선수는
첫선수를 이기고 부터는 눈에 힘이 붙더니만
경희대 선수 넷을 차례로 넘어뜨리면서 하마터면 (?) 데뷔전에 올킬 하는 기록을 세울뻔 했다.
본인으로서는 참 기분좋은 경기였을게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다섯선수 모두가 디딤발이 미끄러지는 과정에 넘어가 버린 경희대팀으로서도
그리 언찮은 패배는 아니었을성 싶다.
어제 내린비는 공감대를 얻을만한 핑계꺼리로서 충분하니까 말이다.

2007년 택견배틀은 타단체에서도 몇팀 참가했다는데, 그에따라 기존과 다른 양상이 벌어질것이란 기대가 있고
기존팀에서는 새로운 멤버가 등장하는 맛도 있다.

두번째 경기인 충북증평팀이 바로 그 다른단체 소속 라는데, 역시 스타일이 조금 달랐다.
아직 많은것을 보일 기회를 갖지 못했는데도
그들은 자기단체의 택견에 대한 자부심이 단단하게 느껴질만큼, 선수들의 기량에 내공이 있어보였으며
승부에 대한 의욕도 상당했다.
작년에 서울대팀이 그랬던것처럼
아마 자기들이 늘상 해왔던 기술이 제한 받는 배틀 상황에서도
또 다른 택견의 맛을 제대로, 보여줄 선수들로서, 택견배틀의 폭을 넓혀줄  꽤 기대할만한 팀이다.

그에 맞선 국민태팀도 출전선수들이 많이 바뀌었는데
선배들은 뒷방에 물러앉아 으쌰 대면서, 새얼굴들이 여럿 나왔다.
아직 더 지켜봐야겠지만. 새선수들도 국민대 나름의 색갈과 분위기를 이어갈만한 느낌은 주었다.
작년에 출전했던 선수들도 약간  리모델링(?)한 모습이 엿보였는데
그중에 홍윤석 선수는 작년에 괜찮은 성과를 올렸던(?) 꺼벙이 에다, 코믹 발레리노 컨셉은 이제 내다 버렸는지
올해는 체중이 약간 는듯, 선이 좀 굵어졌고 발차기의 스피드에 힘이실린 새로운 싸나이 컨셉을 들고 나왔다.
무엇보다 새 컨셉의 뽀인트는 쏘아보는 눈빛에 강조점을 둔게 아니었든가 싶다.^^

비가 오는상황에서도 바깥마당에서 경기를 해야 하는 2007택견배틀의 여건이
꼭 열악한것이라고까지 말할수는 없겠지만.
어제 같이 비오는날은 좁은 인사동마당에 최소한의 막 구조물이라도 있었더라면,하는 아쉬움이 따른다.

시민의 입장으로 간단하게 생각해서
이 작은마당이 인사동의 작은숲 같은 정원개념 인것을 잘 알고있다.
물론 빡빡한 종로 상업공간속에 이곳 나무들의 푸르름과 신선함이 주는 작고 아늑한 분위기를 망쳐서는 안된다.
그러나
인사동의 전통적 냄새와 전체를 거스르지 않는, 심플하고 세련된 철제기둥 몇개를 세워놓고
필요에 따라 돗같이 경사진 막을 쉽게 쒸웠다 벗길수있는
아름다운 구조작품을 건축작가에게 맡겨서, 하나 만드는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다.
서울시 당국이나 구청측에서,이 택견배틀을 인사동 문화 아이템의 하나로써  볼수있다면
비록 투자에 비해 사용빈도와 효용성이 떨어지는 작업이 되겠지만
그정도는 비용을 감수하고라도
전체 시민을 위한 문화행사장으로써, 작고 훌륭한 설치작품을 하나쯤 제공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 날이었다.

택견하는 염소
저 증평참택견전수관 다님니다
아직은 한동이지만 곧ㅎㅎ
윗글 좋은거같아요
초딩들 단체전도 좋던뎋ㅎㅎ

전통무예
갑자기 어느분이 쓰셨던 짤막한 글이 생각이 나네요..
<언제나 문제는 돈...>

에벤에셀
그동안 올라오질 않아서 이제 글 안올리시나 했는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주시는군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ㅇㅂㅇ/

천막
좋습니다. 땡볕을 고려해서도 천막은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경복궁 근정전 앞에 쳤다는 천막처럼 전통미를 살린 시설을 설치하였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배틀사랑
오랜만에 좋은 글 반갑습니다. 홍윤석 선수 컨셉을 확실히 바꾸긴했네요. 국민대 박옥준 선수의 공백이 아쉬운 한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