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과 먼 재미.

아무것도 아닌 | 2007-06-1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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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견을 보면 재미있다.
일단 웬만큼 격식을 차리고 그럴싸한 전통문화의 옷을 입고 있으니  제나라 사람은 물론일테고
비싼 여행비 들여가며 다른나라 문화와 생활을 구경하러온 외국인들에게도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결련택견은 이웃마을간에 친선과 대동정신을 고양시키는 건전한 패싸움 이었다고 하니
인간의 가장 원초적 본능에서 비롯된 단순하고 짜릿한 재미가 돋보인다.

오늘날의 결련택견은 각기 지역과 생활영역이 다른 젊은이들이, 내편 네편으로 구분된 배틀경기로서 꾸려간다.
선수들은 이미 특성이 노출되어있고, 택견능력에 따라 승부의 기대치가 짐작되고 있는 상태에서도
사람이 하는일인만큼, 예기찮은 몇가지 변수가 작용하는 택견배틀판이 구경꾼에겐 볼만한 꺼리가 되고
각 패거리에 속하는이들에겐 긴장과 즐거움을 주는 일일게다

더구나 서구에서 비롯된  다양한 엘리트 스포츠문화들이 볼거리로서 적지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 현대인의 생활속에서  
우리것. 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가슴 벅찰것까지는 없어도, 왠지 뿌듯해질수 있는것이 택견 아닌가.
게다가 선수들은 아직 승부에 목을 매달만한 프로페셔널들이 아니고.  
팀의 성적에 모든것을 내걸고서 연연할만큼 치열한 경쟁단체들도 아니니
출전하는 선수들 마음속엔 여유공간이 넓고. 충분히 택견과 성취를 즐길만한 분위기와 조건이 성립된다.
그리고 우연히 지나다가 택견배틀을 처음 보게된 사람들에게도 쏠쏠한 재미를 준다.

그러나 아쉽게도 재미는 그저 재미 일뿐이다.
마치 마약같은 각성제 처럼, 그때그때 즐기고 나면 그만일뿐
언제이든 일반사람들의 마음을 뜬금없이 환하게 만들만한, 소중한 기쁨에는 도대체 미치지 못한다.

인간이 느끼는 재미와 기쁨이란것이, 얼핏 생각키론 비슷한 영역같지만  사실은 별개 인것처럼
일반인들에게 택견이, 보는 재미를 넘어서 진정한 기쁨의 영역에 놓이기는 쉽지않다.
어쩌면 어떤 성격으로든 택견판에 최소한의 소속적 참여가 따르지 않으면 그런 귀결은 당연할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택견배틀 관계자 대여섯명을 제외하고, 수년에 걸쳐 이어진 택견배틀 경기를
가장 많이 보았을법한 나같은이 에게는
어느방면으로도 기쁨을 맛볼수없는 단순한 재미라는게, 때론  허무한것으로 전락하는 측면이 꼭 따르게된다.

만약 택견배틀에 등장하는 집단과, 구경하는 한 개인 이란, 타자로써 각기 존재성이  성립되는것이 아니라
느슨하게나마 사람사이의 관계성이 만들어졌더라면, 이런 공허함이 옅어질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도 본질은 아닐것이다.

나처럼  결련택견을 통해 택견을 처음접한 사람에게
나중에서야 택견배틀만이 한국의 전통무예로서 택견의 유일한 모양새가 아니라
조금씩 다른형태의 택견이
제각기 다른단체를 구성한채,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을때의 낯뜨거운 당혹감과,
어떤 대상을 염두에 두지도않은채 솟구치는 애꿎은 실망감은 그렇다고 쳐도,
여전히 전통무예 택견의 이름으로 한바구니에 모이지 못하는 여러 택견단체의 존재를 애써 무시하듯 놔두고서
내가 택견배틀을 아무리 즐긴다고 한들,
결국 어느 한 쪼가리 택견을 보고있다는, 이 찜찜함 속에서  결코 참된 기쁨이 될수 없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택견은 각기 성격과 특성이 다른 택견 커뮤니티들이
이미 확보된 자기집단의 이익과, 도저히 포기하기 힘든 권위를 바탕으로하는 지분율에 집착하는한,
택견을 통한 진정한 대동정신을 기대하기 힘들다.
단지 일반인의 순수한 눈으로 기대하건데
최소한 한바구니 안에 모두 모이기라도 하는, 상대방의 존재가치를  인정하면서 절대 흡수통합이 아닌.
느슨한 형태의 택견연합이라도 이룬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지금 현실은 그것조차도 아니다.
그래서
이런 와중에도  불리함을 뻔히 알면서도 이번 2007택견배틀에 참가해준 몇몇 타단체팀 선수들처럼
우리나라 택견계의 작은 희망의 움직임이 일어나기를 바라면서. 그들이 참으로 귀하고  고마운것일게다.
그러나 통합의 커다란 문제 앞에서만큼은
각단체들의 입장이란것이 원론적으로는 공감 하겠지만, 막상 각론에 들어가면
이미 공고화된 각 택견속의 자기존재성을 그냥 내려놓기를 기대한다는것은 참  요원한 일 일뿐이다.

그 이유야 따지고 보자면 그 이해득실의 미묘한 구석구석들이 표면에 하나둘씩 드러나겠지만
인간이 사는 이세상 돌아가는 켯속 이란게 모두 그렇듯이,
정작 그러고 싶지는 않은데도,
아무런 사심없이 택견을 바라보는 마음속에는 어쩔수 없는 공허감이 드는것이다........../


각설하고.
한여름 땡볕을 피해 시간을 늦춰가며 시작한 어제경기에서도 낯익은 선수들의 움직임은 재미있었다.
원래 승부에 주목하지 않는 내눈에,
선수들이 자기 맷감량만큼 움직이면서 펼쳐가는 배틀은 궂이 시간을 내서 가본 걸음이 아깝진 않았다.

첫경기에서 굳건한 성주택견성을 지키는 장희국 선수에게 올킬을 대주면서도
즐거운 택견을 하러 전주에서 올라온 선수단의 성의와 선수들의 품성이, 우선 보기좋은 파인플레이 였다.
작년에도 느꼈지만,
늘씬한 체격인데도 막상 호젓한 느낌을 주는 전주팀 김진웅선수는  까만눈에 겸연쩍은 표정과 함께
언제나 씩씩하게 대답 잘하는 막내동생의 사랑스런 사내냄새를 풍긴다.
그리고
주변 눈치 같은건 아예 무시하는 고종구 선수는,
주체 못하도록 넘쳐나는 자기 흥을 전혀 감추지 않는 태도로 난감한 웃음을 유발시키는데.
사회자의 너스레처럼 전주팀의 두번째 에이스 호칭을 줄만하고 ^^
까마득한 후배의 바람잽이를 기꺼이 담당한, 에이스 김부중선수의 홍콩 와이어 액션풍의 도약 퍼포먼스도
맏형답게 수세에 놓인 자기팀의 자존감을 지키는 재치로서 노련한 메너였다.

두번째 경기에서는 인하대가 배틀에서 첫승리를 거두는 장면을 보게됐다.
아무래도 선수수급에 어려움이 엿뵈는 종로팀의 이점술선수가  화려한 기량도 드러냈지만.
역시
육중한 몸 임에도 순발력과 유연성이 돋보이는 오현택선수는,
아쉽게 여전한 체력부족에 허덕이긴 했어도 인하대의 아직도 한물 가지않은 준치(?) 로서 손색이 없었다.
선수들간의 유대가 튼튼해뵈는 인하대 팀은 전통도 그에 못잖다고하니 소속한 조별리그를 통과해
이 배틀무대에서 오래갈수있는 금년성적을 기대하겠다./

손크고발큰놈
한편의 수필 잘 보고 갑니다^^
글 쓰는데 재주가 있으신 것 같네요^^

배틀팬
명문장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