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택견은 싸움입니다.
오현택 | 2007-06-25 22:064,152
>모든이에게는 가치관이 있습니다.
>전통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기에 택견에서도 옷고름을 메고, 댓님을 메고, 미투리를 신고 그러하겠지요.
>좀더 편하게 댓님을 떼어내고, 옷고름을 없애버리고, 미투리 버선을 던져내어버리고, 그랬으면 얼마나 편하고 좋겠습니까?
>그러나, 지금은 옷고름, 댓님 하나를 떼어낸다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모릅니다.
==> 다듬이 소리가 밤새 울려퍼지던 이유가 무엇인가요? 그저 이불보를 두드리는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우리 한복이란,,, 입고나서 더러워지면 빨고 다시 입는 것이 아니라,, 일일이 분해를 해서 깨끗히 하고 그것을 다듬이로 펴서 다시 조립하여 입던 것입니다. 지금의 한복은 어떠합니까? 편하게 세탁기에 넣고 탈탈 털어 다리미로 다려 입으시지는 않는지요?
송덕기 선생님의 일화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첫 택견대회인가,, 공연인가 에서,, 제자들이 선생님께 한복을 새로 하나 맞추어 드렸다고 합니다. 반짝반짝 하얀 한복을....
송덕기 선생님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안입겠다고 하셨다네요. 제자들이 사정사정을 해서 입었는데,, 어딘가로 슥 나가시더랍니다... 다시 돌아 오셨을 때는,, 반짝반짝 하얀 한복 엉덩이에 누런 흙물이 잔득 묻어 있었고 송덕기 선생님의 얼굴에는 만족함이 가득했다 하데요.
즉.. 고수의 한복 = 지워지지 않는 흙때가 남아있는 수련의 깊이를 보여주는 한복..
그런 개념이었겠지요. 그럼.. 요즘 우리 한복은 어떤가요? 공연 나갈 때 꼭 깨끗하게 빨아
다림질 하고 나가지요. 왜? 사람들은 송덕기 라는 택견꾼의 의지를 이어받는다고하면서 역행하고 있는가요?
대님을 하던 이유가 무엇입니까? 편하기 위해서 입니다. 펄럭 거리는 바지단을 추스리기 위해서 입니다. 그런 대님에 우리는 갖가지 그럴싸한 철학과 미학을 갖다 붙이고 있진 않습니까?
>어릴때는 그저 편하게 편하게를 추구하다보니 모든게 거추장 스럽더군요.
>그러나 우리가 그 하나를 없애버리는것이 우리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그 하나를 버릴려면 정말 신중에 신중을 기하셔야 됩니다.
>택견이 현대에 만들어졌다면, 외래에서 넘어왔다면 편하게 가셔도 될겁니다.
학교 후문가를 한복입고 어슬렁 거릴 때 누군가 물어본적이 있습니다. "야? 그거 안불편 하냐? " 저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응 디게 편해.. 화장실 갈 때 빼고..
그렇다면.. 화장실 가기 쉽게 지퍼를 달아놓은 한복은 좋은건가요? 나쁜 건가요?
정체성이 예전과 똑같이 따라하는 것이 결코 정체성은 아닙니다.
버려도 될 것과, 절대 버려서는 안될 것,, 그 경계를 지키면 되지 않을까요?
미투리는 삼으로 만든 짚신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가죽으로 만든 미투리를 신고 있네요. 송덕기 선생님이 하던 택견판은 서민들의 판이었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삼으로 만든 미투리 자체가 양반네들의 신발이었는데,, 더욱이 가죽신은 진짜 양반네들이나 신는 것이었습니다. 어찌보면 택견판과 거리가 먼 신발이지요.
그런데.. 사람들은 그 가죽신을 신고,, 택견판에서는 짚신을 신었던게 예절입네 하며,, 말을 하지요.. 이 얼마나 아이러니 인가요? 좀 비싸고 구하기 힘들어,, 택견꾼들이 모여 옛 우리 짚신의 맥을 이어가려는 노력은 안하고 있을까요? 짚신이 정말 택견의 신발인데요...
>다 같은 한국인이지만,
>우슈하는 분들은 중국식 복장을 입더군요.
>검도하는 분들 역시 일본식 복장을을 입더군요.
>그렇다면 택견하는 분들은 어떤 복장을 갖추어야 될까요?
==> 반대로 생각해 볼까요? 옛 택견판에 꼭 지정된 옷을 입고 판을 벌렸을 까요?
그런 룰이 있었을까요? 열린 판이었습니다. 택견판은....
님께서 말씀 하신 의도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통을 찾기 위해 우리는 때로,,, 아주 작은것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철학을 부여하고, 옛것의 미학을 부여해서 오히려 왜곡시키는 일들을 하기도 합니다. 미투리가 택견의 신발이 아님에도 택견의 신발 (뭐,, 원래는 우리춤사위 하시는 분들을 위해 만들어 졌지요 ^^) 로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미투리라는 상표의 신발이 한복과 잘 어울리기 때문입니다. 결코 예전부터 택견판에 신었다던 짚신과는 성격이 다르지요. 양반네들도 많이 움직여야 할 때는 짚신을 신었다고 하데요.
연길에 간 적이 있습니다. 노래방에 갔습니다. 한 20명되는 조선족 분들과요.
한 여성분이 달 타령을 부르시면서 우리 춤을 추는데,,,, 뭐 남녀할것 없이 다 하시데요.
저만 멀뚱멀뚱 있었습니다. 따라 했는데 어렵더군요.
춤사위의 선이 너무너무 예쁘더군요.. 섹시하게 느껴지기 까지 했다는..
그런데,, 그 분들의 복장이요? 에구,, 다 평상복이었지요.. 그런데,, 한복을 입지않아도,, 너무 조선 스러웠(?)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게 그런게 아닌가 싶습니다. 작은것 하나하나에 붙여넣은 거창한 철학이 아니라,,, 자연스레 우리 생활에 녹아들 수 있는 전통.. 물론 원형을 보존하는 분들도 분명 있어야 하겠지만,, 현대 사회에 맞는 자연스러움..
개량한복이 우리옷이 아닙니까? 저는 우리옷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복의 선이 살아있는데,, 그게 우리 옷이지요.. 다만 예전의 그것과 똑같지는 않을 뿐이지요.
한복의 선이 꼭 지켜야 할 우리것의 보루이라면,, 대님을 대신하는 그 무언가가 주체성을 버리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