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는 생각

아무것도 아닌.. | 2007-09-09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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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참 빠르다.
9월로 달력 한장 넘겼을뿐인데  그 후덥지근하던 날들이 다 어디로 꽁무니를 뺐는지 모르겠다.
요샌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고
한낯의 땡볕까지 견딜만하게 청신한 색갈로 뵈는데. 제법 초가을 냄새를 풍기는것 같다.

어제 오랜만에 인사동 택견배틀장에 가보았다.
역시 사람이란 몸 가는곳에 마음도 따라가는 존재인지라
나는 올해 초반 몇게임을 보고난뒤로는  이곳에 걸음을 하지 않다보니 택견을 무심하게 잊어 버리고 지냈다.
아무리 익숙한 것 이라해도 내것이 아닌바에는
일단 물리적 거리감이  끼어들때 그 깨끗한 관심마져 흐릿해지는건 어쩔수 없나보다.

올해도 택견배틀은 또박또박 걸어서 토너먼트가 진행되는 싯점에 와 있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어제도 성주참외가 구경꾼들에게 건네지던데
그 참외 속에는, 저기쯤 보이는 결승점을 대비하는 최강자의 넉넉한 인정과 함께 지방의 홍보가 배어있으리라.

그리고 또 하나의 강자로 인식되던 노원구팀이
어제 예상밖으로 경기운영을 썩, 잘한 대택의 경기팀에게 박빙의 접전끝에 그만 패하고 말았는데
야구의 타선처럼, 택견배틀판에서 우승까지 가기위한 이상적인 힘의 굴곡선에 빗대서 전력을 살펴보자면
삼년째 노원구팀의 선수구성은
빠릿한 1번과 기관총 화력을 담당하는 3번 역활에 어울릴, 야무지고 실속있는 선수는 몇명 되지만
어떠한 상황에서도 버텨주는, 굳건한 4번타자 역활을 할 단 한명의 선수가 부족한게 노원구의 취약점 이었다.
또한 어제 경기중에 꽁무니 권법(?) 등, 자칫 판정에 민감 해질수 있는 보기 드믄 장면도 있었지만.
심판진이 최선의 판단을 내렸다.
결국 대택 경기팀에겐 짜릿한 승리였겠고,
노원구팀 에게는 절치부심의 결과가 허망하게 끝난 아쉬움이 컸겠으나
게임 자체는 긴장감속에 재미 있었다.   두팀 다 잘 싸웠다.

나는 그동안의 경기과정을 지켜보지 못했기 때문에, 각팀과 선수들의 요사이 낌새가 어땠는지도 모르고 하니
어제는 더욱 더 경기를 읽는 감각이 밋밋했다.
게다가 원래 내 관심은 승패보다는 택견하는 사람, 각개인들의 면모와 움직임을 살피는쪽에
비중이 있다고 할수 있는데
오랜만이다 보니까,  낯익은 선수들까지  생경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어제는 판 구석구석 보다는, 전반적인 쪽으로 내 시야가 맞춰 지는것인지
택견배틀장에 참 많이도 왔다갔다 하는 카메라를 보면서, 저들이 찍는것은 과연 어떤것들일까....궁굼해졌다.

절묘한 동작 한장면....재밌는 헤프닝의 찰라.....색다른 볼거리......기록을 위한 증명성 사진......?
아니면,  이 세상에선 이쁘기만 하면 뭐든지 용서 된다는식으로, 미모 만을  찾아가는 카메라 앵글...............?
어느것 이라도 좋다.
저들이  카메라로 이야기 하고 싶은것은  무엇이었을까.............? /


얼마전 ebs 방송에서 사람과사람 이라는 주제로,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 페스티발이 있었다.
나는 집에서 방송국이 가까운 덕에. 산책삼아 터덜터덜 양재천을 걸어서 몇번 상영회를 직접가서 보았다.
영화 자체는 방송을 통해 보는것 과 다를것 없지만
상영회에 가게되면, 대개 그영화의 감독과 직접 나누는 짧막한 대화시간이 있기 때문에
영화를 통해서는 알수 없었던 감독의 인간적 면모나, 제작의도 와 촬영 뒷이야기 를 듣는 가운데
차마 밝힐수가 없었던 그영화의 속사정이나, 주변의 살갗이 구체적으로 다가오는듯한, 어떤느낌을 맛보는것이  매력이다.

나는 드라마나 영화는 거의 보지 않는다.
사람사는 이야기를 하는게 영화라지만.
현실을 가공한 조작성에 재미를 느끼려면, 초반부터 빠져드는 수고를  감수 해야 하는데
그런걸 귀찮아 한다.
드라마 극작가 한사람의 머리에서 나온, 인물의 성격이나 대사...그들이 엮어가는 이야기 구조에 빠져 드는덴
우선 짜증부터 나는 탓인것같다.
이런 내성향에 그나마 눈길을 끄는것이 다큐멘터리 다.
물론 다큐 영화속에도 가공을 통한 조작성이 상당부분 존재하고, 어떤 면으로는 현실을 다루는 무게 때문에  
자칫 다큐멘터리영화가 어긋난 시야를 감추고 있을경우의 문제가, 더 심각한 폐해를 낳을수있다는점도 잘 안다.
그럼에도, 어떤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볼수있다 는 다큐의 매력은,
픽션드라마 의 화려한 기술력과, 잘 다듬어진 자극적인 감성의 위력 정도는 쉽게 물리칠수 있는것 같다.

다큐영화제 에 꼭 빠지지 않는것 중에 전통스포츠가 있다.
올해는 미얀마의 전통족구 "친론"의 매력에 푹 빠진 까무잡잡한 카나다 감독의 작품이 있었다.
그런 다큐속에서는 특정 지역사회의 아주 오래된 삶 속에서 파생되고
그 집단이 자기 정체성을 이어오는데, 적지않은 지주대 역활을 했던 각 나라의 전통스포츠의 역활을 볼수있다
언젠가
이 택견배틀을 주관하는 결련택견측에서도 "고수를 찾아서" 였던가...를 제작, 공중파 방영이 됐던것으로 안다.
무예에 관심이 없는 나도, 방에 무심코 틀어놓은 tv 로 그 일부를 보긴했지만
그작품은 어딘지 상업내지는 공익방송용 틀에 맞춰서
대중적 호기심을 자극하도록, 절대강자를 열망하는 무협지적 관점으로 제작 된것같은 느낌을 받았었다.
호들갑을 떨어대는 리포터를 등장 시키는식 은 아니었지만
택견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전통무예인들의 인간적내면과,  생활인으로써 그들이 속한 사회를 훑어내는
진지한 자세쪽도 아니었던 기억이 난다.

어제 배틀장을 지켜보면서
한장면의 스냅사진 속에도 전달력이 무한한 힘이 있다지만.
요즘 같은 영상시대에, 택견을 소재로한 다큐영화에 관심을 돌릴만한 사람은 없는걸까...궁굼해졌다.
택견배틀장에도 동영상기록을 위한 고정 카메라가 운용되고 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이 대목에서, 택견하는 사람의 내면과 실생활을 오늘의 싯점에서 냉정하고 똑바로 다루는 다큐멘터리 작품이
하나쯤 나올만도 하지 않을까......싶은 뜬금없는 생각이 드는것이다.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 하려면, 비용문제를 비롯해서
적지않은 사전준비와, 택견에 대한 애정과 작가정신의 치열함이 뒤따라야 한다는것은 알고있다.
그럼에도 막연한 구경꾼의 이 거칠것없이 자유로운 상상은,  아무런 부담도 갖지 않은채
그런 작가가 한사람쯤 나왔으면.....하는 기대를 해본다.

나두 참, 오랜만에 와서 별소릴 다하구 있다....!^^

방가방가
정말 오랜만입니다. 좋은 글 계속 볼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때가되면 나타나리라 믿습니다. 좋은 다큐영화를 기획할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