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종로 팀의 마스코트 장산곶매 이미지와 노래글 올려드립니다.[ 조국과 청춘5집 ]에 수록된 <장산곶매>
서울종로장산곶매 | 2008-05-18 22:133,912
..장산곶매 이야기.. (1)
옛날 옛날에 황해도에 구월산 줄기가 바다를 향해 쭉 뻗다가, 뚝 끊어진 곳에 '장산곶' 이라는 마을이 있었다.
산맥과 바다가 맞부딛는 곳이라 물살이 드세고 땅의 기운이 센 곳이었다.
헌데 이 곳은 땅의 기운이 하두 드세어서 약한 것들은 살아남질 못했다.
그 장산곶에 우람한 낙랑장송이 우거진 숲이 있었는데,
그 숲에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일하다가, 나쁜 놈들한테 쫒기는 사람들이 들어가곤 했는데
그 이유인즉, 나쁜 놈들이 칼을 들고 들어가면, 그 칼에 금방 녹이 슬어 버렸다한다.
그것은 그 숲에 '장산곶 매'의 정기가 서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장산곶 숲속에 날짐승 중 으뜸이라할 수 있는 매가 살았는데 그중 으뜸인 장수매를 일컬어 '장산곶 매'라 한다.
이놈은 주변의 약한 동물은 괴롭히지 않고 일년에 딱 두 번 대륙으로 사냥을 나가는데
떠나기 전날 밤 부리질을 하며 자기둥지를 부수어 낸다.
장산곶 매가 한 번 사냥을 나선다는 건 생명을 건 혼신의 싸움이었으므로 그 부리질은 마지막 입질연습이요,
또한 그것을 통해 자신의 마지막 안식처까지 부수어 내며 자신의 정신적 상황을 점검했던 것이다.
이 장산곶 매가 무사히 부리질을 끝내고 사냥을 떠나면 이 마을에는 행운이 찾아든다고했다.
그래서 장산곶 사람들은 매가 부리질을 딱-딱-- 시작하면 마음을 조이다가
드디어 사냥을 떠나면 바로 그 순간 봉화를 올리고 춤을 추며 기뻐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하루는 큰 대륙에서, 큰 날개를 가진 독수리가 쳐들어와서 온 동네를 쑥밭 으로 만들었다한다.
송아지두 잡아가구, 아기두 채 가구, 농사지은 것두 다 망쳐버리구, 동네 사람들은 많이 다치구, 죽기두 하구,
그래서 사람들이 기운이 빠져 슬퍼하고있을 때.... '장산곶매'가 날아올랐다!!
동네 사람들은 징두 치구 꽹과리두 치면서 응원을 했다.
독수리는 그 큰 날개를 한 번 휘두르면 회오리가 일어날 지경이었고, 장산곶매는 그에 비하면 형편없이 작아 보였다.
싸움은 밤새 계속되었다.
흰옷 입은 사람들의 옷에 꽃잎처럼 붉은피가 뚝뚝 떨어져 번지기 시작했다.
장산곶매와 물건너온 독수리는 피투성이가 되도록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장산곶매는 용감히 싸웠다.
처음엔 그놈의 날개 바람에 휘청거리기도 했지만 싸우면서 그 놈의 약점을 알았다.
날개가 아무리 커두 날갯죽지는 별거 아니었으므로 장산곶매는 단숨에 그놈의 가슴팍을 파고들어 있는 힘을 다해 날갯죽지를 쪼아버렸다.
그러자 그놈은 힘을 못 쓰고 땅으로 곤두박질을 치고 말았다.
싸움이 끝나고 난 후 장산곶매는 벼랑 위 낙락장송 위에 앉아 피투성이가된 지친 몸을 쉬고 있었다.
그런데 기쁨도 잠시 그때 피냄새를 맡은 큰 구렁이가 나타났다.
그리고는 장산곶매가 앉아있는 나무를 감고 기어 올라가기 시작하는게 아닌가!
마을사람들은 장산곶매더러 빨리 날아오르라고 소리를 지르며 꽹과리를 쳐댔으나, 장산곶매는 졸고만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장산곶매가 어릴적에 마을을 지키는 새라고 발목에 끈을 매어 표식를 해놓았었는데, 그게 나뭇가지에 걸렸던것이다.
그런데 장산곶매는 너무 지처 그걸 끊을 수 없어서 날아오르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장산곶매는 한 쪽 발을 들고 구렁이가 막 덤비는 순간 들고있던 한쪽발로 구렁이의 눈을 공격하고
그 놈이 휘청거릴 때 부리로 머리통을 쪼아 버렸다.
마을사람들이 기뻐 함성을 올리는 순간 장산곶매는 하늘로 힘차게 날아올랐다.
그때 막 동편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며 마을에는 어둠이 걷히기 시작하였다.
..장산곶매 이야기.. (2)
우리나라의 중허리 장산곶은 텃새가 거세기로 유명한 곳이다.
대륙의 뮛뿌리가 바다를 향해 미친 듯이 냅다 뻗히다가 갑자기 허리가 잘리고 거기서부터 깊은 수렁이 생겨 물살이 숨가쁘게 소용돌이 친다. 따라서 망망대해와 접해 있는 중국대륙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기압골의 변화는 곧바로 장산곶 마루턱에 와닿아 그곳에 세찬 물살과 함께 풍랑이 조용히 잦을 날이 드물다. 이리하여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성깔이 드세고, 풀뿌리 나뭇잎 가지가 약한 놈은 견뎌 배기질 못하여 거칠고 우람한 낙락장송만이 살아남아 드높이 우거졌다. 이 우거진 솔밭에는 유명한 전설이 많다.
장산곶 사람들이 원래가 성깔이 드세니 갖가지 민란을 일으켰다가 관군에 쫒기면 이 숲속에 숨는데 그럴라치면 도저히 찾을 수 없었고 혹 만용스러운 관군이 숲 속에 한 발길이라도 들여 놓을라치면 금방 칼 끝에 녹이 슬어 백발백중 민란의 주역들에게 당했다는 전설이다.
써보지도 않은 칼 끝에 녹이 슬까.
바로 그 숲 속은 무서운 날짐승, 매의 서식처였기 때문이다.
이놈의 사나운 매 중에서도 장수매(우두머리)는 있는 법이었다. 이를테면 장산곶매란 이 장수매를 이른다. 이 장수매는 장산곶 바닷가, 몇 억년을 두고 요동치는 물결에 시달려 깍아지른 듯 높이 선 벼랑, 그 바람 찬 절벽에 솔밭이 우거진 어둠 침침한 곳에 노상 둥지만 틀고 앉아있는 것이다. 천리밖에 개미새끼 한 마리의 움직임도 포착한다는 유난히 빛나는 눈매, 밤송이처럼 뻐그러진 앞가슴, 사나운 발톱, 지칠 줄 모르는 칼날 같은 날개, 여기에 슬기와 용맹을 곁들인 장수매는 이렇게 이상한 성품을 가진 놈이었다. 좀처럼 숲 속에서 나오는 법이 없는 놈이었다.
그러나 한 번 날개를 쳐 하늘에 떴다고 하면 천하의 날짐승, 들짐승들이 겁에 질려 맥을 못 추고, 사나운 정기가 온 누리에 서려 밭을 갈던 황소가 코에 땀을 흘리고, 물동이를 이고 가던 아낙이 선채로 굳어버린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놈은 꿩이다 산토끼다 주변에 널려있는 자질구레한 먹이는 손을 대는 적이 없다. 그것들은 제 놈이 거느리는 여타 매에게 주고 자기는 일년에 꼭 두 번만 사냥에 나서는데 그 사냥터는 조선반도가 아니라 멀리 서해 바다를 넘어 중국 본토요, 또 하나는 만주의 넓은 들을 넘어 사철 눈이 내리는 곳이었다는 점으로 미루어 지금의 시베리아였다. 중국 본토는 이른 겨울 그곳의 짐승들이 낟알을 먹고 잔뜩 살이 올랐을 무렵이요, 시베리아는 한반도에서는 초여름, 그곳 날짐승 들짐승들이 새싹을 뜯어먹고 기름져 날뛸 무렵이었다.
여기서 소개하는 줄거리는 매에 관한 이야기 중에서도 맨 앞부분에 속한다. 어떤 대목이냐 하면 이 장수매가 수륙만리 넓은 땅으로 사냥을 떠나는 전날 밤 하는 그 놈의 입버릇인 ‘부리질’이다. 즉 이 장수매는 사냥을 떠나는 전날은 그의 사나운 주둥이로 그 놈이 자리했던 둥지와 생활 주변을 밤새도록 ‘딱딱’하고 송두리째 까 팽개친다는 것이었다.
자기 둥지를 깨서 삶의 전의를 새롭게 다지고 그 다지는 소리로 하여 병든 사람을 일으키는 ‘부리질’ 말이다. 자기 둥지란 지금까지의 오욕의 역사다. 침략주의와 그 앞잡이들의 문화요, 그것에 오염된 우리들의 문화경험이다. 아니 역사의 합리적인 발전지향에 대립되는 째째한 소시민 의식이요, 개인의 명예와 욕심이다. 따라서 민족의 자주통일에 대립되는 일제의 분단적 혹은 보수적 가치관일 뿐이다.
왜 그 짓이었을까.
제 증조할머니가 설명해 준 바에 의하면 이러했다.
장수매가 한 번 사냥에 나선다는 것은 그야말로 생명을 건 혼신의 싸움터에 나서는 것이었다. 이 싸움에서 이기려면 온 정성을 싸움에만 두어야지 그까짓 집터에 집착을 하면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백전백승을 확인하되 설혹 한번 지는 날이면 매의 서식처가 적에게 발각될지 모를 일이요, 그렇게 되면 어느 때든지 장산곳매의 최후 보루가 위태로워질 것이 두려워 자기 둥지를 남김없이 부셨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리질’은 큰 적과 싸우는 마지막 입질연습이요, 그 ‘부리질’을 통해서 자기의 정신적 상황을 점검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만약 여의치 않으며 장수매는 갑자기 ‘부리질’을 거두어서 사냥을 포기했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놀라는 것은 매가 아니라 장산곳 사람들이었다.
조선반도 사람들은 새의 울음소리에 관한 전설을 많이 믿어 왔다. 아침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요, 소쩍새가 솟적디 솟적다... 하면 풍년이, 그리고 솟뗑 솟뗑.. 하면 흉년이 든다는 식으로....
그러나 그 곳 사람들은 장수매의 ‘부리질’을 더욱 좋아했다.
왜냐하면 ‘부리질’로 밤을 지새운 날이라야 장수매는 사냥을 떠났고, 그것은 마치 민중이 도약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장수매가 사냥을 떠나면 병약한 자는 병이 낫고 장가 못간 이는 장가를 들고 또 주인 놈한테 억울함을 당한 머슴은 그날 아침에 난을 일으키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전설이 있었다. 이래서 장산곶 사람들은 장수매의 부리질이 성공리에 끝나고 멀리 사냥에 떠나는 바로 그 순간 덩달아 춤을 추면서 기뻐했다.
백기완 『자주고름 입에물고 옥색치마 휘날리며』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