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인사동에서는,,,

택배왔어요 | 2008-05-31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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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하루였다. 오늘 참 잘 오셨다는 아나걸의 몇 차례 멘트가 나올 만큼 날씨도 베리굿이었고, 경기의 재미도 긴장감 넘치는 좋은 시합이었고, 본때에서도 배꼽 잡는 일이 여러 번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 사람이라면 꽁짜 싫어하는 사람이 없을 텐데, 성주팀에서는 직접 재배했다는 몇 박스의 참외를 나누어 주기도 하였다. 이 얼마나 해피한 토요일 오후가 아닌가요.
각 팀의 선수들은 경기에 임해야 한다는 긴장감 때문에 토요일 오후의 여유로움을 느끼지 못했을지 모르지만, 시합을 보는 사람 십중파구는 너무나 여유로운 토요일 오후가 아니었나 싶다.
아까 이야기한 아나걸의 멘트 처럼 오늘 경기는 보기드문 화끈하고 긴장감 넘치는 시합이 벌어졌다. 그리고 왜 이리 웃어야 할 일도 많은지 그래서 택견배틀이 좋다. 누가 어느 팀이 이기는가 하는 긴장감 속에도 한바탕 배꼽을 잡고 웃어야 할 그런 일들이 생긴다. 이런 건 일부러 만들고 싶어도 만들지 못하는 그런 배꼽빠지는 일들이다.
오늘 시합은 대부분의 택견배틀 매니아라면 100프로 승리팀을 맞췄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그만큼 이변이 없었던 시합이었다. 그래도 어찌나 재밌었는지 아는 사람만 알 것이다.


1. 양천과 중구의 시합도 많이 웃었다. 양천의 선봉은 이화진 선수다. 이 선수 성대명륜였을 때부터 나왔으니 꽤 오래 나오는 선수였다. 아슬아슬한 시합이지만 어찌 되었던 이화진은 그 노련미로 중구 선수 4명을 잡았다. 중구의 마지막 선수는 얼큰한 막걸리 같은 남자, 여유가 머리에서 발끝까지 묻어 있는 남자, 멋을 알고 재미를 아는 그런 남자 바로 이점술 선수다. 이점술은 4명을 상대하며 힘이 빠진 이화진을 눌렀다. 이화진 다음에 나온 고등학생이라고 하는 무서운 10대? 그런데 몸무게가 장난 아니다. 이곳 홈페이지를 보니 100키로라고 되어 있다. 이거 택견배틀에서는 무시못할 몸무게인데, 거기서 나오는 아랫발질은 무지막지했다. 노련한 이점술 선수도 어쩔 수 없이 몸으로 감당해 내야만 했고, 그러다 보니 다리가 남아나질 않았다. 시합 중간에 이점술이 기술을 걸었으나 워낙에 큰 체구에 오히려 튕겨나올 정도였으니 말다했다. 하지만 다행이 큰 체구에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아랫발질 뿐이었다. 그러다 경고를 먹고 경기시간 5분은 그럭저럭 지나 버렸고, 이점술이 이겼다. 다음에 나온 양천선수는 박현수다. 이 선수가 박현수, 박선수다. 웃음이 너무 많은 선수다. 그리고 실력 역시 상당히 높은 수준에 올라와 있는 선수다. 하지만 체력 좋고, 실력 좋다고 택견판에서 다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앗! 하고 실수하는 순간에 다시 발길을 돌리고 제자리로 들어 와야 하는 게 바로 결련택견 아닌가? 그 다음으로 나온 양천 선수는 신준희 선수다, 이 역시 이점술 선수에게는 버거운 선수가 아닌가, 과장해서 말하면 이점술 선수보다 머리가 하나 더 있다고 보면 된다. 역시 이점술의 반란은 여기가 끝이었다. 가끔 이어지는 이점술의 푸념 섞인 얼굴이 우리들을 즐겁게 하지 않았던가 담주에 다시 한번 나의 발길을 잡는 택견배틀이 바로 이런 맛 아닌가 생각 된다.

2. 성대명륜과 전통경남이다. 고등학생의 반란이 일어날 것인가, 만약 그 반란을 우리는 지켜볼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성대명륜 형들로서는 엄청나게 자존심이 구겨지는 일 아닌가, 우선 결론은 그런 걱정은 없었다. 성대명륜의 스타트로 나온 선수는 가끔 웃어 주는 것 외에 상대선수가 어린 고등학생이라는 생각에서 인지 긴장된 모습이 역역해 보인다. 그러다가 가끔씩 한번 넣은 기술들이 제대로 들어가 3명을 잡아 버렸다. 스타트로 나온 성대명륜 선수는 얌전한 고수 처럼 낮게 낮게 간다면, 전통경남의 패기넘치는 10대들은 훨훨 날아다녔다. 몸이 나르는게 아니고 발이 날아 다녔다. 근데 나는 것 보단 택견배틀에서는 자세를 낮추고 적게 움직이는게 좋은 것인가? 암튼 3명을 먼저 잡고 성대명륜이 기선을 잡았다. 그런데 그 성대명륜 선수는 말목인지, 발들인지 모르겠지만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괜찮아야 할 텐데,,,  잘 하는 선수가 부상을 당해 시합을 포기했지만, 아마도 뒤에 나올 실력 좋은 선수들이 즐비하게 있었기 때문에 쉽게 포기할 여유가 있었으리라 본다. 전통경남은 상승세를 잡아 보려고 하였으나, 역시 노련한 성대명륜을 넘 볼 수 있으랴, 성대명륜의 승리로 돌아갔다,

3. 라스트 경기는 성주와 경기대다. 야 이 시합은 참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좋은 경기였다. 이거 여기다 너무 많이 쓰면 직접 가서 본 사람이나 가지 않은 사람이나 똑같은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 있을 만큼 누구에게 이야기하기 아까운 그런 시합이었다. 그런데 한편으론 이런 시합을 직접 봤다는 자랑도 좀 해야 할 것 같다. 시작은 성주에서 가져온 참외를 나누어 주는 것으로 시작했다. 몇 박스를 가져왔기 때문에 약간 운이 없는 관중 빼고는 다 받아 먹었으리라 생각한다. 솔직히 관중입장에서는 참외 얻어 먹었으니 성주팀을 응원하기 쉽지 않겠나 이거야 원,,,,  주심의 신호에 따라 청쪽에 있는 성주의 첫 주자가 나왔다, 관중들이 술렁거린다. 오늘 첫 경기에서 나왔던 100키로짜리 선수 보다 더 커 보인다. 그리고 아까 선수는 고등학생이라서 그런지 얼굴이 어려 보이고 귀여웠지만, 이 선수는 좀 카리스마가 있어 보이는 그러 인상이라 뭔가 일을 낼 것 같아 관중석이 술렁거린다. 경기대 1번은 윤성군 선수다. 짐승이라고 할 만큼 감각이 좋은 그런 선수가 아닌가, 주심의 시작신호와 함께 숨도 쉬지 않고 어떻게 시합이 전개될지 뚫어져라 쳐다본다. 윤성군 선수는 경기대에서 에이스 선수로 쉽게 털리면 안되는 그런 선수다. 그런데 상대 선수의 체격이 장난이 아니라 이거 대충 지켜볼 처지가 못된다. 역시 우리의 윤성군, 간단히 상대 선수를 넘긴다, 근데 어찌 관중석에서 환호가 쏟아져 나와야는데, 의외로 조용한 편이었다. 아마 참외의 영향도 있었고, 큰 선수가 좀더 작은 선수에게 넘어가는 것이 어이없어 보였나 보다. 다음에 나온 성주의 최창호 선수, 체격은 작지만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섣부른 공격이나 약간의 실수가 있다면 쉽게 용납하지 않을 그런 선수다. 아니다 다를까 윤성군 선수가 약간 무리한 공격을 했었는지, 제대로 공격이 들어 갔는가 싶더니 오히려 최창호 선수 밑으로 바닥에 떨어지고 만다, 졌다 윤성군이 진 것이다. 결국 키 큰 김상일 선수 등을 거쳐 마지막으로 택견의 맛을 아는 김성용이 경기대에서는 등장했다. 그리고 성주 역시 4번째 선수로 배승배 선수가 나왔다. 과연 배승배를 김성용이 누룰 수 있을까 가만히 지켜 보았다, 배승배를 무너트릴 수 있는 몇 안되는 선수중에 한 명이 김성용 선수라 생각하기 때문에 열심히 지켜봤다. 역시 김성용 선수 날아 다니고, 배승배의 안정감이 있는 자세와 아랫발질이 서로 험난한 공방을 주고 받았다. 그러더니 배승배의 발이 김성용의 얼굴에 강타함으로써 새로운 이변은 나타나지 않았다. 마지막 경기는 정말 무슨 결승전을 치루는 것처럼 선수들의 실력이며, 배틀장에서 노는 모습이 그야말로 끝내주고 죽여줬다. 이 시합에 대한 관중들의 열기는 우와 표현하기 어렵네,,, 알아서 생각하시라~

간단하게 몇 마디 올리려다 이렇게 길어졌네요. 나옵시다. 인사동으로 토요일날 택견배틀 보러 나옵시다, 이곳에서 동영상을 통해 볼 수도 있지만, 그게 어디 현장에서 맘조려 가며 보는 것과 같겠습니까?
그리고 막걸리 몇 병 사다놓고 관중들에게 몇 잔씩 따라 주면 안되나요? 역시 한국 사람들은 술이 한 두 잔 들어가야 흥이나죠, 관중들의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는 선수의 질을 향상시킵니다. 그런 의미에서 재기차기 등 몇 가지 놀이도 좋지만, 막걸리 몇 잔은 정말 ‘뿅’가는거 아닙니까, 다만 술취해 해롱거리지 않을 정도만 줘야겠죠,
휴~ 이제 그만 둘랍니다. 두서없이 생각나는 대로 막 적은 것이라 문맥도 안맞을 텐데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택견배틀 ‘지화자’하고 끝내겠습니다.
“지화자! 지화자! 얼씨구! 지화자! 지화자!”
    

택견
잘 읽었습니다~~
이점술 선수와 박현수 선수와의 시합처럼 웃음이 많았던 시합
성주팀과 경기대팀의 시합처럼 긴장감이 넘쳤던 시합
이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택견배틀이 아닐까 싶습니다.

ㅂㅊㅎ
배창호선수 아닌가요...

...
잘 보았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