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련택견 정벌대...드디어 그 베일을 벗다(4월30일자 경기)

음풍칼럼 | 2005-05-06 19:12
3,802
봄날치고는 조금(몹시?^^) 더운 날이었네요.
오늘은 무척이나 흥미로운 경기가 있었습니다.
산중 비전의 신비무예로 알려진(그렇게 인식되어진 면이 크겠지요) 동이무예 택견 관악구 패, 그리고 중요무형문화재 제 76호..택견의 또다른 큰 스승님이자 기능보유자인 故신한승 선생님의 진전을 잇는 한국전통택견협회의 대표격인 노원구 전수관택견패가 드디어 tkb에서 그 첫선을 보였습니다.
각각 패기로 똘똘 뭉친 호남의 강자 전북대학교 결련택견 동아리 '지킴이'와 한국 격투기의 메카이며 '송덕기스승님 추모 결련택견 한마당'에서 두 번 준우승에 빛나는 전통의 강호 용인대학교 결련택견 동아리 '북새통'을 상대로 열전을 벌였습니다.
결과는 ....두 패 모두 비교적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할 수 있겠네요.

제 5배틀인  청 전북대와 홍 관악구의 경기
2004년 택견배틀에서 송파전수관, 국민대, 종로구민회관을 상대로 3패로 하릴없이 물러서야만 했던 기억이 자극이 되어서 였을까요? 전북대의 경기력 향상이 느껴지는 한판이었습니다.
선봉으로 나선 양상현 선수 180cm 87kg의 듬직한 체격을 앞세워 상대방을 몰아붙여 내리 세 명을 후려차기, 외발쌍걸이 오금걸이, 딴죽으로 넘겨버립니다. 관악구 선수들이 휘몰차기 등의 기술로 반격을 노려봤지만 경험의 차이에서 오는 적응부족이 여실히 드러나면서 속절없이 패배합니다. 그러나 세명을 상대하면서 지친 틈을 탄 관악의 네 번째 선수인 이정섭 선수의 들어찧기가 안면에 적중하고 연달아 기세를 올려 전북대의 두번째 선수인 배현호 선수를 역시 들어찧기로 가격하면서 잠시 경기를 접전의 양상으로 가져갔지만 역시 적응의 한계를 드러내며 우재권 선수의 밖덜미에 패하고 맙니다. 이어서 나온 관악의 마지막 선수인 박종필 선수를 우재원선수가 순식간에 후려차기로 제압하면서 경기를 전북대의 승리로 마무리 짓습니다. 관악구 선수들 간간이 이른바 비각술이라는 고난도 기술을 펼치며 분전했지만 좀 더 적응기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첫 경기이고 생소한 규정에서 경기를 진행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비교적 선전한 셈입니다. 다음 경기에서의 향상된 경기력을 기대합니다.


제 6배틀 청 용인대와 홍 노원구의 경기는 박빙의 접전이었습니다.
전통의 강호 용인대..그러나 네 명의 선수만이 출전을 해서 스스로 불리한 상황을 자초하네요. 글쎄요. 팀웍에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선수구성 마저 제대로 못할 정도의 팀웍이라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용인대 선수들이 좀 분발해야 겠습니다.
그에 반해 노원구 택견패는 전수관 식구들이 경기장을 많이 찾았습니다. 온통 노원구의 축제 분위기 이쯤 되면 어느 쪽이 홈팀인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전통회 주관 경기에서 꾸준히 호성적을 거둬온 강호 노원구와 학교자체가 무예에 전문성을 갖고 있고 동시에 송덕기 스승님 초무 대회에서 두 차례나 준우승한 용인대의 승부는 박빙일 수밖에 없었겠지요..
용인대의 오지웅 선수와 노원구의 윤이태 선수의 경기가 징소리와 함께 시작됩니다. 강렬한 타격음을 내는 양선수의 아랫발질...결코 만만찮은 힘겨루기... 치열한 승부욕... 경기장의 분위기가 일순 긴장되면서 양선수도 덩달아 긴장한 것일까요? 결국 시간초과로 두 선수,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 물러섭니다.
용인대의 두번째 선수인 정문길 선수의 신명나는 화상고 권법을 본딴 본때뵈기로 경기장의 분위기가 풀리고 그에 질세라 노원구의 배준호 선수가 흥겹게 장단을 맞추면서 웃음바다를 만들면서 치열하지만 흥미 있는 경기가 전개됩니다. 배현호 선수의 규칙 숙지 미숙으로 인한 경고패를 시작으로 정문길 선수가 노원구의 2번, 3번, 4번 선수를 잇달아 제압함으로써 경기는 용인대의 승리로 기우는 듯 합니다. 그러나 노원구의 마지막 주자 김광혁 선수가 정문길 선수를 후려차기로 제압하고, 뒤이어 192cm 92kg의 거구 소정호 선수를 믿기지 않을 정도의 되치기로 넘겨 버린 후, 마지막 주자 정주렬 선수마저 뒷걸이로 물리치면서 기적 같은 역전승을 일구어 냅니다. 이번 대회 첫번째 스타후보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김광혁 선수 응원단에 둘러싸여 승리를 만끽하네요.


전북대의 경기력 향상은 꽤나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1번 양상현 선수의 분전이 눈에 띄었죠. 그러나 양상현 선수...지구력이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선수의 문제점이기도 한 후려차기 엎어차기에 이은 힘겨루기 양상의 단조로운 공격패턴은 자신의 발전에도 경기의 발전에도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좀더 다양한, 그리고 의도된 공격방법이 요구됩니다.
물론 오늘도 만만찮은 실력을 보여 줬지만 관악구 선수들의 본 실력은 몇 경기를 거친다면 조금씩 드러날 걸로 보이네요. 좀더 룰에 대한 숙지와 적응이 필요할 듯 합니다. 승부에대한 강박에서 오는 긴장을 풀고, 한번 놀아보자 라는 마음으로 경기를 풀어간다면 훨씬 더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좋은 경기에 승리가 좀 더 가까이 올 것이구요.
위에서 지적했듯이 선수단 구성조차 하지 못하는 팀웍이라면 경기에서는 절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습니다(물론 각자의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겠습니다만). 설사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동아리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입니다. 용인대 선수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입니다. 좀 더 적극적인, 능동적인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오늘 경기만 하더라도 한 명이 더 있었더라면 어땠을까요. 지나고 난 뒤의 부질없는 상상(푸념)이겠지만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없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노원구의 선전은 오늘 눈부셨네요. 특히 김광혁선수...놀 줄 아는 선수로 보이네요. 탁월한 순발력과  감각적인 기술..화려한 되치기... 개인적으로는 전북 덕진전수관의 김부중, 빈현용 선수와의 일전이 기대됩니다. 앞으로 주목하겠습니다. 더욱 더 멋진 모습 부탁합니다

선수는 경기에 열중할 때 더욱 빛이 납니다. 자신이 지쳤다고 해서 경기를 회피하고, 나아가 스스로 경기를 끊거나, 혹은 힘에 부친다고 해서 성의 없이 밀리며 경기규칙의 한계를 이용해 장외로 나가버리는 모습은 보기 안 좋더군요. 상대를 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최선을 다해 상대하는 것은 상대와 자신 스스로에 대한 최고의 예의이며 무예를 수련하는 이들이 가장 기초적으로 가져야할 덕목입니다. '최선을 다 한다'라는 기본적인 예의를 지킨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경기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룰이며 또한 그 룰을 능동적으로 지키는 것이 됩니다.  그것은 선수 자질 판단의 잣대가 되고 그런 선수들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시합이 존재하는, 나아가 무예가 존재하는 이유가 됩니다. 왜냐하면 룰을 잘 지키는 사람, 즉, 예의가 있는 사람,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의 양성은 모든 무예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지도 선생님들의 보다 근본적이고 세심한 교육과 심판진들의 단호하고 엄격한 규칙적용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몇몇 아쉬운 점들은 있었지만 이래저래 흥미 있는 경기였습니다. 지난해의 부진을 절치부심, 만회를 노려왔던 전북대 지킴이와  용인대 북새통 .. 그리고 신비의 베일을 벗은 관악구 동이택견패와 생소한 환경에서 경기를 치러야 했던 노원구의 선전... 승부는 전북대와 노원구의 승리로 마감되었지만 서로가 만만치 않은 경기력을 보임으로써 앞으로의 경기향방을 점치기는 쉽지 않을 듯 합니다. 오늘 출전한 패들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다음 주에 드디어 2005년 택견배틀이 공식적으로 문을 엽니다. 5월 7일 전 선수단이 모여 선전을 다짐하고 우애를 다지는 공식 개막식이 있은 후에 제 7배틀 고려대학교 '한울'과 연세대학교'하나사이', 제 8배틀 '경북성주전수관 결련택견패'와 성균관대학교 율전'녹두장군'이 일전을 겨룹니다.
사학의 양대 명문이며 서로간 경쟁의식이 강한 고려대와 연세대..하지만 택견에서만큼은 고려대 한울이 일방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실제 선수면면을 보더라도 고려대 한울에는 '김형우', '김지훈', '황신구', '조수환' 선수등 이미 공인된 강자들이 즐비하지만 연세대 하나사이에는 고대의 강자들과 이름을 견줄만한 선수가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번 배틀에는 작년에 큰 활약을 펼쳤던 신재훈 선수가 건재하고 또 새롭게 합류하는 비밀 병기인 이름모를 1학년 신입생 선수의 기량이 만만찮아 해볼만 하다는 첩보가 들리더군요. 또한 고연전의 특성 상 경기 외적으로도 양쪽 응원단의 열렬한 응원 역시 볼거리가 될 듯 합니다.
참! 연대 선수들 고연전이라고 해서 기분 나쁘십니까?  그렇다면 이번 경기에서 이겨서 연고전이란 말이 훨씬 더 잘 어울린다는 것을 증명해 주기를 바랍니다 .연대 하나사이의 부활을 진심으로 기대해보겠습니다.

제8배틀 역시 주목할만한 경기네요.
2004 택견배틀 준우승, 2004 송덕기스승님 추모대회 한마당 우승을 통해 최강자로 떠오른 신흥강호 경북 성주전수관과 역대 송덕기스승님 추모대회 최다 우승의 신화를 이룬 전통의 강호 성균관대 율전 '녹두장군'이 처음 만나는 경기입니다.  작년 최강멤버가 건재한 성주전수관 올해 최고의 우승후보라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최다승 출신의 김원식 선수가 돌아온 녹두장군 역시 전통의 관록이 있는지라 멋진 승부가 기대됩니다.  전체적으로는 성주전수관 쪽에 무게가 실리는 것이 사실이지만 주력 선수인 배정석, 김영현 선수가 고3이란 것이 어떤 변수를 미칠 것인가가 관건이겠네요. 녹두장군 역시 김원식 선수의 2년 가까운 공백이 걸리는 측면이 있습니다. 과연 그 2년 동안 더욱 발전했을까요? 아니면...
기대되는 두 경기, 5월7일 오후 다섯시 인사동 ‘남인사 마당’에서 직접 그 결과를 확인하시길...

택견보이
너무나도 생생한 관전평입니다. 번거로우시더라도 다음 주 역시 칼럼을 부탁드립니다. ^^

미풍
노원구의 김광혁 선수 용인대 키큰분하고 할때 뒤집기 정말로 멋지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