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잽이 제한은 풀릴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디스패치 | 2009-01-27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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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견 대회에서는 택견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래서 입때껏 마구잽이는 제한해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예전 택견의 룰은 결련 초기나 충주와 비슷하게 프리한 룰이었을 겁니다.
옛사람들 신체구조와 생활환경이 지금과는 다른 탓에, (하체 근력이 강했겠죠)
혹은 승리보다는 기예를 뽐내고 풍류를 즐기는 것을 원했기에,
발을 잡는 것이 가능해도 손보다는 발을 써서 상대를 넘어뜨리는 방향으로 갔을 것이고요.

송옹이 두 손으로 발을 잡는 모습을 보여줬고, 마구잽이가 있었던 기술이라 해도
지금 그것 때문에 품밟기가 쓸모없어지고 발질이 메인기술에서 밀려난다면
마구잽이를 남겨둘 수는 없지 않냐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아마 도 회장도 저와 같은 생각에서 송옹대회 룰을 그리 만들지 않았나 봅니다.
손 쓰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는 룰로요.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택견배틀은 일반 결련택견 대회와 차별성이 있는 대회더군요.
결련택견 대회가 아니라 택견의 승부방식을 따르는 토종격투기, 이게 배틀 아닙니까.

도 회장이 처음 택견배틀을 만들 때 바랐던 것은
택견 비슷한 격투기판에서 택견다운 기술을 써서 이겨 달라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유용하다고 알려진 기술들을 모두 격파하면서 말이죠.
아무리 마구잽이가 유용한 룰이라 해도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 것이지,
택견을 잘 익혀왔다면 마구잽이를 하는 것보다 흘리는 것이 더 익숙할테니까요.

취지는 좋습니다.
그런데 그 취지를 뒷받침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점이 있습니다.

일단, 일반 결련택견 대회의 규모가 택견배틀보다 훨씬 커야 합니다.
선수들이 결련택견 대회를 준비하면서 쌓은 실력으로 택견배틀에 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결련택견 룰로 여는 대회가 몇개 안 되지요.
제가 아는 대회는 송옹대회 하나 뿐입니다.
1년에 한번 여는 송옹대회와 1년에 누번은 참석할 수 있는 배틀,
도저히 결련택견 룰과 그에 적합한 기술에 익숙해질 환경이 아닌 겁니다.
제가 다니는 곳의 관장님은 그 해의 배틀룰에 따라 관원들을 지도하십니다.
당연히 올해에 덜미잽이, 아랫발잡기는 권장 사항이었습니다.
제가 다니기 전엔 마구잽이도 함께 권장 기술 목록에 끼어 있었겠지요.  
찬성하시는 분들 말은 강력한 기술이 남아 있으면 대응 수단도 고급스러워진다는 것인데
사실 대응하는 경우보다는 그 기술을 쓰는 경우가 더 많을 겁니다.

두 번째 조건은, 타 유파나 타 무술의 비중이 높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명색이 격투기고, 결련택견과 다른 룰을 취한다고 하면서 선수들이 죄 결련택견꾼이라면
이건 격투기판이 아니라 다른 룰로 운영하는 결련택견판인 게지요.
룰은 협회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척도고,
한 협회 안 두 룰 상태는 택견 아니라 다른 어떤 스포츠라도 피해야 할 상황입니다.
하지만 5년 내내 배틀에 참여하는 타 격투기 단체는 다음 무예동 하나 뿐이었습니다.
타 택견유파의 비중도 점차 주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마구잽이 제한을 풀어서는 곤란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