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이 지켜보고 있다] 찰나(刹那)

총무 | 2011-05-24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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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주룩주룩 내려 결국 첫 번째 경기인 강동 전수관과 전북대 택견지킴이의 경기는 실내 전수관에서 하게 되었다. 택견배틀 최대의 적은 다름 아닌 날씨. 그래도 비가 그치기를 기대하며 야외 준비도 되어 있는 상황이었지만 평소 같으면 벌써 시끌벅적한 난장이 벌어졌을 경기장에 비만 내리는 것을 보니 어쩐지 을씨년스러웠다.

전수관 안이 선수들과 응원단으로 꽉 찼다. 이럴때는 전수관 벽이 열리면서 전수관안쪽에 본부석이 차려지고 그 바깥에 경기장이 마련되면 어떨까, 돔구장처럼 비가 오면 징~하면서 돔을 만들면 어떨까 별의별 생각을 다해보지만 빌게이츠급의 스폰서라도 구하지 않는 이상 한바탕 좋은 꿈일뿐......

하여튼 망상은 해수욕장 이름이고 경기가 시작되었다. 강동의 전필홍 선수가 나와서 예도통천의 풍악에 맞춰 몸을 풀었고 전북대는 권규형 선수가 나왔다. 양쪽의 프로필을 보니 전필홍 선수는 손목잽이가 특기라고 되어있고 권규형 선수는......카이로 프락틱? 이, 이걸 어떻게 택견에서 써먹는 거지??? 라고 생각하던 찰나......시작하자마자 바로 올라간 곁차기에 그만 권규형 선수가 얼굴을 맞고 말았다. 어라......-ㅁ-;

예상 못한 초살에 신난건 풍물패 예도통천. 신나게 풍악을 울려대자 그제서야 인지 부조화에서 벗어난 관객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다음 선수는 손정관 선수가 나왔다. 프로필을 제대로 알지 못해 책자를 다시 뒤적였더니......특기가 건강달리기??? -_-; 이, 이걸 대체 택견배틀에서 어떻게 써먹......다시 경기는 시작되었고 정석적으로 손정관 선수가 아랫발질로 공격을 했지만 이번에도 7초만에 전필홍 선수가 오금잽이로 손정관 선수를 바닥에 눕혀버리며 2연승에 성공했다. 슬슬 분위기가 고조되는 듯......전필홍 선수가 승리의 본때를 보이는 동안 전북대의 프로필을 봤다.

......뭐냐 이거...

주장인 김대현 선수는 주특기가 몸개그
조국 선수는 주특기가 잠자기- -;
고종구 선수는 밥짓기,
이한선 선수는 숨쉬기,
임창현 선수는......


주특기가 도핑이라고???


......뭐야 이거...무서워......

공포에 휩싸인 내 기분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무정하게도 시간은 흘렀고 전필홍 선수의 본때뵈기가 끝나고 다음은 도핑이 주특기인-_-; 임창현 선수가 등장했다. 아빠곰이라는 별명답게 큰 덩치를 앞세워 아래까기로 전필홍 선수에게 공세로 나섰고 전필홍 선수도 그에 맞불을 놓으며 조금도 물러서지 않아서 경기 양상이 매우 재미있었다. 보통 한쪽이 밀거나 하면 밀리며 장외로 나가게 되기도 하고 또 덩치가 큰 선수가 지나치게 몰아붙이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밸런스가 잘 맞은 것 같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전필홍 선수가 꾸준히 올린 곁차기 하나가 임창현 선수의 활개를 뚫고 적중해버렸다.

이번에는 아까부터 열심히 전북대 선수들의 이름을 알려주던 김대현 선수가 출전했다. 안경을 벗고 경기장에 들어섰고 시작하자마자 전필홍 선수의 아랫발질을 잡아채며 그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거기서 멈추지 않고 낚시걸이를!! 조, 좋은 기세다...!!! 근데, 으억......이럴수가. 공중에 몸이 들렸던 전필홍 선수가 순간 몸을 비틀어버리자 낚시걸이를 넣느라 외발이었던 김대현 선수가 되려 되치기를 당해 바닥에 누워버렸다. 뜻밖의 반격과 승리에 엄청난 환호가 울렸다. 보통 오금잽이를 하게 되면 그대로 잡아서 넘기는 양상이 전개된다. 김대현 선수의 오금잽이로 들어올린 후 낚시걸이는 정석적인 공격이었지만 한발로 중심을 잡는 상황에서 몸무게가 더 나가는 전필홍 선수가 위에서 몸을 틀어버리는 바람에 불의의 일격을 당한 셈이다. 하지만 굉장히 좋은 공격이었는데 몹시 아쉽다는 생각이......

이래저래 마지막 선수로 전북대에서는 물개라는 별명의 조국 선수가 출전했다. 전필홍 선수도 땀을 흘리며 숨을 몰아쉬는 것이 지쳐보였고 조국 선수의 실력도 알 수가 없기에 기대를......하는 순간 전필홍 선수의 곁차기가 다시 작렬했고 승부는 그렇게 끝나버렸다.

경기 시간을 재보니 총 3분이 지나기 전이었다. 택견배틀 역사상 가장 짧은 경기 시간을 기록한 셈이다. 이전의 최단 시간 경기는 2006년 열린 고려대와 다무의 경기였는데 5년만에 그 기록이 갱신되었고 앞으로 이것보다 짧은 경기는 나오기가 어려울 듯 하다. 그야말로 찰나(刹那)의 승부.

찰나(刹那)는 산스크리트의 '크샤나', 즉 순간(瞬間)의 음역인데, 《아비달마대비바사론(阿毘達磨大毘婆沙論)》 권136에 따르면, 120의 찰나를 1달 찰나(一怛刹那:tat-ksana, 순간의 시간, 약 1.6초), 60달 찰나를 1납박(一臘縛:lava, 頃刻의 뜻, 약 96초), 30납박을 1모호율다(一牟呼栗多:muhūrta, 약 48분), 30모호율다를 1주야(一晝夜:24시간)로 하고 있으므로, 이에 따르면 1찰나는 75분의 1초(약 0.013초)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설도 있다. 불교에서는 모든 것이 1찰나마다 생겼다 멸하고, 멸했다가 생기면서 계속되어 나간다고 가르치는데, 이것을 찰나생멸(刹那生滅)·찰나무상(刹那無常)이라고 한다.

......라고 네이버 선생님께서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_-; 작년에 1전 1패를 기록했던 전필홍 선수가 올해는 첫 경기에서 판쓸이를 하며 강동에게 1승을 안기다니 그 동안 요단강을 오락가락하며 절치부심 수련을 한 것일까? 마치 삼국지에서 관우가 차가 식기 전에 적장의 목을 베어오겠다고 하고 나선 기세가 느껴졌다. 실제로 3분이면 차가 식을 시간은 아니지......찰나(刹那)의 승부. 기억에 오래 남을 듯 하다.

by 곰=ㅅ=)/

TKB 미디어팀 조현웅 기자

강동 감독
우리 필홍이가 일 냈구나, 앞으로 더 잘 할꺼라 믿는다.

으앙
코코아가 식기 전에 돌아온다.

우왕
카라멜마끼아또가 식기 전에 돌아온 전선수...우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