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이 지켜보고 있다] 부동명왕(不動明王)
총무 | 2011-05-24 01:463,050 63
하여튼 다무의 첫 선수는 합기도를 수련하는 한길준. 한길준의 상대로 녹두장군은 민병진 선수를 내보냈다. 주특기는...애교와 교태......-_- 전북대 팀 못지 않게 아스트랄한 주특기로다. 설마 본때뵈기 대신 애교뵈기나 교태뵈기를 보이는 것은 아니겠지......상상해보다가 소름이 돋았다. 난 남자보다 여자를 좋아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곰이니까. 다행히 민병진 선수는 보통의 본때뵈기로 몸을 풀었고 나의 눈은 아름다운 세상을 계속 감상할 수 있었다.
비가 와서 미끄러운 경기장에 택견화를 신고 있다보니까 슬립이 잦았고 선수들의 움직임이 둔했다. 한길준은 이전에 택견배틀에 나온 경험을 살려서 타유파 선수답지 않게 로킥보다는 딴죽 위주로 민병진 선수와 경기를 풀어나갔고 결국 그 경험이 도움이 되며 덜미를 잡고 딴죽을 걸어 민병진 선수가 손을 땅에 대게 만들었다. 소박하지만 정석을 살린 승부였다.
녹두장군의 두 번째 선수는 정기명 선수. 주특기는 수줍음이다. ......주특기에 대해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 하여튼 체격이 좋은 정기명 선수는 즐겁게 웃으며 몸을 풀었고 다시 경기장에 섰다. 힘이 좋은 선수답게 오금을 잡고 뽑아 올렸지만 한길준이 공중에서 몸을 흔들자 미끄러운 바닥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치기를 당했지만 아쉽게도 장외. 다무팀에서 안타까운 소리가 나왔다. 아무래도 바닥이 너무...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양 감독님 합의 하에 택견화를 벗고 경기를 진행하기로 해 양 선수가 택견화를 벗고 맨발로 경기장에 다시 마주섰다. 아~그러나 중심이 좀 잡히자 체격이 좋은 정기명 선수가 아까의 아쉬움을 달래듯 오금잽이로 한길준을 뽑아들며 바닥에 던져버렸다. 에구.
다무 다음 누구지? 하며 보는데 김광수가 몸을 푼다. 헐, 벌써 내보내? 대도숙 도복을 입은 김광수가 나와서 로킥으로 몸을 간단하게 풀고 경기가 시작되었다. 맨발이기에 더 부담이 없는 듯 시작하자마자 김광수 선수는 로킥을 갈겨대기 시작했다. 안다리, 바깥다리로 번갈아 로킥을 갈기고 로킥 더블로 같은 곳을 공략하기도 하며 안다리를 내줬다가 그걸 노리고 차는 정기명 선수의 발길질을 기다렸다는 듯이 내준 안다리를 뒤로 빼 스위치를 하며 다시 앞다리로 공격이 빗나간 정기명 선수의 허벅지를 인정사정 없이 걷어찼다. 딴죽, 정강차기, 촛대걸이 등 다양한 형태의 발길질을 추구하는 택견과 달리 오로지 로킥 하나를 죽자고 연습하는 풀컨택 가라데 계통의 로킥은 보기만 해도 아파보였다. 발등보호대가 없어서 차는 선수들도 아파보인다고 했지만 문제는 김광수는 정강이로 걷어차버리니 발등보호대의 의미가......-_-;
정기명 선수도 택견에 다양하게 있는 발등걸이나 여러 발질들로 그걸 견제하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런 움직임보다 엎어차기 위주로 공격을 해 나가는 것이 몹시 아쉬웠다. 로킥이 전문인 상대에게 같은 공격을 한다는 것은 상대의 흐름에 말려들어가는 것일텐데......그렇게 공방이 오가던 중 결국 정기명 선수가 경고를 받았고 시간이 모두 흘러 승리는 김광수에게 돌아갔다. 데뷔전도 경고승이었는데 또 경고승이네. 훗, 뭐 이긴건 이긴거지.
녹두장군에서 다음으로 이만재 선수를 내보냈다. 황현희를 매우 닮은 이만재 선수는 시작하자마자 상대의 로킥을 번개같이 오금잽이로 잡아채며 밀어붙였다. 하지만 미리 그 대비훈련을 했던 김광수는 상체를 앞으로 숙이며 미는 손을 걷어내버렸고 미는 힘이 배제된 오금잽이는 힘을 잃고 결국 상대를 뒤로 날려버리지 못했다. 칼잽이와 오금잽이를 함께 쓰는 기술은 보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상대가 시전자보다 체격조건이 좋을 때는 어느 한 가지 요소라도 배제되면 되려 자신이 눌려버릴 수가 있는 위험도가 있는 기술이다.
김광수는 사바키 스텝을 쓰려고 발동을 걸......다가 미끄러져버렸다-_-; 그리고 미끄러지다가 상대의 옷을 잡고 늘어지는 바람에 경고......이어서 상대 덜미를 잡다가 덜미 깃을 잡아버려 경고 누적으로 경고패......경고로 흥한 자 경고로 망하는 것인가-_-;; 대도숙 공도에서는 상대의 도복을 잡고 메치거나 넘기는 기술이 많은데 그 습관이 배인 탓인 것 같다.
다무의 중견은 이재우 선수. 대도숙에 입문해서 수련하고 있는 흰띠. 그래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흰띠면 대도숙에서 아직 유술계통을 수련하지 않는 단계로 타격기만 연습할테고 그렇다면 쓸 무기는 로킥과 하이킥밖에 없는데 어설픈 로킥은 오금잽이의 밥이 될 수가 있으니......라고 생각했더니 초반부터 강한 로킥으로 압박을 하기 시작했다. 발놀림과 스피드가 빨랐고 이에 호응하듯 이만재 선수의 품놀림도 분주해졌다. 비가 오는 매트에 적응력이 쌓인 듯 이만재 선수는 시원하게 들어찧기, 곁차기도 올렸고 이재우 선수가 반응을 잘 하지 못했지만 타점 자체가 좀 빗나가서 이재우 선수는 위기를 넘겼다. 그리고 이만재 선수는 이재우 선수의 로킥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오금을 잡아채서 그대로 넘겨버렸다. 녹두장군에서 큰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다음 선수는 누가 나오려나 하고 돌아보니 꿔다 놓은 보릿자루(안에는 폭탄이 든)처럼 앉아있던 파란 도복의 이전국 사범이 나섰다. 악......드디어 출전하는구나. 로킥만은 극진공수도의 김경훈 사범이 자신보다 세다고 했던, 그리고 최무배 관장을 스파링에서 로킥 두 방으로 다운시켰던 굇수.-ㅅ-; 부처의 얼굴을 했지만 악마의 로킥을 가진 이전국 사범이 다시 택견배틀 장에 섰다. 2009년에 출전했다가 택견배틀이 너무 재미있다면서 또 나가보고 싶다고 했으나 다무팀이 2010년에는 어른의 사정으로 출전을 하지 못했고 2011년에 다시 복귀. 그래도 비가 와서 중심을 잡기가 어렵기에 로킥의 데미지는 좀 줄어들지도?
경기가 시작되자 예상외로 이전국 사범은 슬금슬금 압박하다가 덜미를 잡고 돌리려고 시도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내 강력한 로킥으로 이만재 선수의 다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쩍쩍 소리가 나면서 로킥이 미사일처럼 이만재 선수를 파고들자 이만재 선수도 물러서지 않고 그 다리를 잡아채서 반격하려 했다.
하지만 자신보다 월등히 덩치가 큰 이전국 사범이 체중을 가하자 결국 넘기지 못하고 몇 번의 찬스가 날아가 버렸다. 송덕기 옹의 기술 시범을 보면 오금잽이가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이 발목을 잡는 모습이며 외발쌍걸이도 그런 쪽이다. 지금은 칼잽이 오금잽이가 주류기술이 되었지만 이렇게 덩치 차이가 난다면 발목을 잡아채서 외발쌍걸이를 하거나 회목을 잡아채고 낚시걸이나 딴죽을 건다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이전국 사범은 몇 번 간을 보더니 이내 쓸어차기로 이만재 선수를 바닥에 넘어뜨리며 첫 승을 장식했다.
다음으로 방종득 선수가 나왔다. 택견배틀은 순서가 정해져있는 것이 아니라 그 때 그때 상황따라 다른 선수들이 나갈 수 있어서 키가 크고 다리가 긴 방종득 선수가 나오는 모습을 보자 그 전술의 묘가 느껴졌다. 아마도 로킥 타이밍을 노려서 상단을 차거나 하단에 대한 맞불을 놓으려는 것일까? 예상대로 방종득 선수는 비가 와서 바닥 상태가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긴 다리를 이용해 촛대, 엎어차기, 딴죽 등의 다양한 발길질로 이전국 사범을 공격했고 안다리로 정확하게 엎어차기가 들어가자 이전국 사범이 좋은데? 라고 하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보였다.
게다가 롱다리를 이용한 곁차기까지 시원하게 올라가는 모습이 보이자 관중들이 호응을 보내기 시작했다. 오오...재미있다+_+ 그 동안 수련을 많이 했나봅니다- 하는 아나걸의 멘트가 있자마자 녹두장군 쪽에서 일제히 “안했습니다~” 라는 함성이 나온다. ......방종득 선수. 적은 혼노지에 있다는 일본 속담을 명심해야할 듯 -ㅂ-
하지만 문제는 평소에 로킥으로 서로 차주면서 단련한 이전국 사범의 다리에는 그런 엎어차기 계통이 잘 먹히지 않는다는 것......차라리 딴죽으로 차거나 걸어버리는 방법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슬슬 감을 잡은 이전국 사범의 로킥이 점점 강렬해지기 시작했다. 비가 와서 중심이 흔들릴까봐 슬슬 차기는 했지만 그래도 타격이 점점 쌓이는지 방종득 선수가 로킥을 허용하는 횟수가 늘어가는 것이 불안불안하더니 결국 강력한 타격의 로킥을 왼쪽 허벅지에 맞고 미끄러졌고 이전국 사범은 2승을 거두며 전세를 역전시키는데 성공했다.
마지막 선수는 권세준 선수. 몸이 이만재 선수처럼 날렵해보였지만 이전국 사범이 로킥으로 압박하기 시작하자 별 대응을 하지 못하고 초반부터 여러 차례 타격을 허용해버리고 말았다. 다리에 타격이 벌써 축적되어버린 것이 얼굴에도 나타났다. 아무래도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권세준 선수의 발을 잡아 이전국 사범이 결정적인 찬스를 맞이했다. 한번 들어가며 쓸어차기만 하면 되는 상황!!! 인데......그걸 그냥 놔줘버렸다.-_-
그걸 왜 놔주냐며 허탈하게 다무팀에서 안타까운 외침이 터져 나왔다. 기회를 잡은 권세준 선수가 촛대를 차고 곁차기를 올리며 다시 활기를 찾는 듯 했다. 그렇지만 아무리 차도 끄떡없는 철옹성에 기운이 빠진 것인지 상단차기가 올라오지 않아 방심한 것인지 기습적인 왼발 상단 돌려차기에 그만 권세준 선수는 얼굴을 맞아버리고 말았다.
아......정말 공도에서 운동하면서 그 로킥 맞아봐서 오늘 이전국 사범, 김광수 선수에게 로킥을 맞은 선수들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집에 가면 더 아플텐데-_-; 경기를 보다보니 역시 택견이 아무리 경기 위주로 발달한 무술이라고 해도 역시 기본기를 소홀히 하면 안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
택견의 기본기는 품밟기이고 품밟기는 아랫발질의 공방에 특화되어 있는 기술이라는 것이 택견의 입장이다. 그렇다면 상대의 하체 공격에 대해서도 촉을 발달시켜 그것을 견제하고 날카로운 윗 발질로 승부를 냈어야 했을 텐데 오히려 상대의 전술에 말려들어가 버린 것이 녹두장군의 패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가 강력한 로킥을 구사한다 해서 그것에 말려들어 택견 본래의 다양한 아랫발질, 특히 딴죽을 거의 쓰지 않은 모습이 아쉬운 경기였다. 그런 것에 더 충실했다면 좀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뭐 비온뒤에 땅이 굳어진다고 이런 상대가 나타났으니 이제 그동안 오금잽이 위주로만 흘러가던 택견판에 기본이 되는 품밟기와 품놀기에 더 고찰을 하고 수련을 하는 분위기가 탄생된다면 그것도 긍정적인 반응이 될 듯 하니 오늘의 패배가 녹두장군에게도 좋은 약이 될 것이다.
어쨌든 아무리 차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이전국 사범을 보면 그 압도적인 체격과 실력 등으로 볼 때 역시 부동명왕이라는 칭호가 적절할 듯 하다. 그래도 얼굴은 환하게 둥글둥글하고 사람 좋은 이전국 사범이 싱글거리며 다무팀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왜 헹가레를 쳐주지 않냐고 투정을 부리는 모습이 방금 경기에서의 그 모습답지 않은 순진한 모습이었다.
by 곰=ㅅ=)/
TKB 미디어팀 조현웅 기자
처룡
마비킥!! >.< 너무 아파요...ㅋ
극진맨
전국이 형의 하단 돌려차기......그냥 누워지고 싶어지는 한방.
백곰...
힝... 부동명왕 멋있다... 나 이제부터 별명 바꿀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