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이 지켜보고 있다.] 혼란스러울 때는 전통으로 돌아가라.
총무 | 2011-07-05 12:362,424 36
그래도 초심으로 돌아가는 생각을 했는지 다들 멋진 유니폼을 입고 나오는데 비해 홀로 고의적삼을 입고 나온 김지훈 선수는 경기 자체도 착실하게 아랫발로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김정민 선수는 명륜의 주특기인 오금잽이로 밀어붙여 김지훈 선수를 넘어뜨렸지만 기세가 너무 강해 장외로 밀고 나간 덕에 재경기. 하지만 김지훈 선수 표정에 변화가 없고 오히려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잘하는군.’ 하는 듯한 저 표정!! 거, 거만해졌어!!!-ㅁ-
서로 지루하지 않게 공방이 오갔지만 승부가 잘 나지 않았다. 오금잽이, 장대걸이로 주고 받아도 방어가 좋아서 승부가 잘 나지 않았는데 그러던 차에 김정민 선수가 기습적인 두발당성 후려차기를 시도했다. 아쉽게도 스친발이었지만 이런 공격들이 자주 나와주면 눈이 즐겁다. 뒤이어 곁차기를 작렬시킨 김지훈 선수였지만 역시 스친발...-ㅅ- 오늘 경기는 무슨 스친발 특집인가; 그렇게 계속 공방이 오가던 경기는 경기 종료 30초를 남기고 김정민 선수의 외발쌍걸이가 성공하며 명륜의 승리로 첫 경기가 끝났다.
두 번째로 나온 다무의 선수는 무인이라는 별명을 쓰는 공경배 선수. 중국 남권을 오래 수련했고 그에 맞춰 화려한 본때뵈기로 유명해 본때뵈기 상도 수상한 적이 있었다. 공경배 선수의 본때뵈기를 칭찬하는 회장님의 멘트에 속으로 ‘하지만 저 기술들의 대다수는 경기에서는 쓸 수가 없습니다.’ 를 덧붙였다. 경기가 시작되었고 이전의 김지훈 선수와는 전혀 다른 간격에서 공격이 들어오는 공경배 선수의 모습이 김정민 선수는 약간 당황한 듯 공격의 실마리를 잘 풀지 못했다. 약간 원거리에서 두 발을 번갈아 밟으며 파고들어오는 보법을 구사하는 공경배 선수의 간합은 택견과는 많이 틀려서......그런데 공경배 선수도 그렇게 파고드는 것까지는 좋은데 원래는 주먹이나 장법이 나가야하는 시점에서 다리로 공격을 해야하니 좀 중심이 기우는 느낌도 받았다.
그런 것을 좀 느꼈는지 시간이 좀 흐르자 김정민 선수가 공경배 선수의 돌격을 촛대걸이나 밀어내기로 저지하고 파고들었을 때는 잡아채서 넘기려 하는 등 조금씩 실마리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무기가 막히기는 했지만 중심과 방어가 좋아서 쉽게 넘어가지 않는 공경배 선수가 힘겨웠는지 김정민 선수는 마구잽이를 연달아 하다가 경고를 두 개나 흡입했고 그에 초조해졌는지 윗발질로 공격하다가 그만 번개같은 공경배 선수의 후소퇴에 걸려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멋진 기술의 승부에 다무는 말할 것도 없고 사람들도 큰 환호를 보냈다.
뒤이어 등장한 명륜의 신창섭 선수는 ‘너는 이미 나에게 파악되었다!’ 라는 듯이 여유롭게 공경배 선수를 몰아가기 시작했고 공경배 선수의 몸통차기에 낭심가격으로 응수하는 등 화기애매한 모습이 경기장에 연출되었다.(물론 서로 고의는 아닙니다. 그러니 농담에 죽자고 달려들지는 말아주세요 웃고 삽시다 으하하. -ㅁ-;) 공경배 선수는 연속기술이 많은 중국무술 수련자답게 상단 돌려차기, 뒤돌려차기에 이러 오금까지 잡아채는 공격을 보여주어 승리 할 뻔 했으나 택견 경기장이 좁아서 그게 장외로 나가버리는 바람에 그만 불발에 그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주다가 결국 신창섭 선수의 오금잽이에 걸려 바닥에 손을 짚는 바람에 승리는 다시 명륜으로 넘어갔다.
다무에서 드디어 TK묵이 나왔다 -_-; 오랜 세월 아껴둔 웃음병기, 등장만 해도 웃음을 가져다 주는 택견배틀의 아이콘(진짜?)이 등장하자 역시 여기저기서 피식피식 웃음이 새나오더니 회장님의 ‘보기에는 저렇게 살벌해 보여도 가톨릭 대학교 아동복지학과입니다.’ 라는 순간 엄청난 폭소가 울려퍼졌다. 역시 저 인기는...-ㅁ-;;; 하여튼 경기는 시작되었고 1분체력의 저질체력에서 요즘 공도를 수련하며 ‘혈묵마왕’ 이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획득한 김현묵은 신창섭 선수를 거세게 몰며 로우킥을 갈겨댔다. 그래도 감독님의 지시사항을 잘 수행하며 경기를 이끌어나가더니 결국 덜미를 잡아 그대로 눌러버리면서 소중한 1승을 챙겨갔다. 풋, 근데 왜 웃음만 자꾸 나올까 -_-;
명륜의 세 번째 선수는 장현석 선수. 김현묵을 맞아 외곽을 돌면서도 아랫발 공격을 늦추지 않으며 경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김현묵이 오금잽이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식해서그런지 거침없이 아랫발질로 김현묵 선수를 괴롭히더니 이내 김현묵 선수의 로우킥을 잡아채고 힘겹게 덜미를 눌러 바닥에 눕혀버리며 다시 승리를 가져가버렸다.
다무에서 이전국 선수가 나왔다. 이전국 선수의 압도적인 체격의 가벼운 몸풀이 후에 경기가 시작되었고 과연 이전국 선수를 맞아 명륜에서 어떤 전략을 준비했는지가 기대되었다. 이중스파이 황인동은 ‘로우킥이 들어오는 순간 잡아채서 넘어뜨리기.’ ‘로우킥이 들어오는 순간 곁차기.’ 등등 되도 않을 흰소리 같은 정보만 흘려댔는데 신뢰도는 개미 발톱의 때만큼도-_-; 가지 않고 그냥 직접 보는게 좋을 것 같았는데......경기가 시작되자 장현석 선수는 경기장을 빙빙 돌며 이전국 선수의 하체, 특히 촛대걸이를 많이 하기 시작했다. 거리가 잘 맞지 않아서 이전국 선수는 특유의 강렬한 로우킥을 차지 못했다. 공도에서는 먼저 손기술로 공격을 가하고 그 연결공격으로 로우킥이 나가는 것이 다수인데 손을 쓰지 못하니 먼저 차기가 좀 애매한 모양이다.
장현석 선수는 경기장을 빙빙 돌면서도 장외로 나가지는 않으며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다가 몸통도 맞고 얼굴도 맞는 등(물론 실수...) 고난을 겪었지만 덕분에 이전국 선수에게 경고를 따내며 경기를 시종일관 지배해 나가다가 결국 경고승을 하며 이전국 선수라는 대어를 낚는데 성공했고 명륜에서 함성이 터져나왔다.
다무는 마지막 선수로 처룡이라는 별명의 한길준 선수를 내보냈다. 합기도를 해서 발차기, 잡기에 어느정도 접점이 있는지라 첫 등장에도 3명을 잡으며 다무의 승리를 안겨주었던 전적이 있어서 아직 승패를 쉽게 단정짓기를 어려웠다. 아...그렇지만 이전국 선수를 들여보내고 기세가 너무 올랐는지 장현석 선수가 30초도 지나기 전에 곁차기로 한길준 선수를 정확하게 후려차며 그대로 경기는 명륜의 승리로 끝나버렸다.
경기 후 명륜의 장현석 선수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이전국 선수를 대비한 훈련이 뭐였는지, 황인동의 말 따위는 개미 발톱의 때만큼도 신뢰가 가지 않으니-_ -; 진실을 말해보라고 다그쳤더니 의외로 기초체력훈련과 품밟기 등 택견의 기본 수련을 많이 했다고 했다. 하긴 경기를 보니 그게 정답이었다. 손을 쓰지 못하고 옷깃을 잡지 못해 차, 포를 떼고 경기에 임하는 이전국 선수의 약점을 파고들어 경기장을 넓게 쓸 수 있는 품을 밟고 또 룰에 취약한 이전국 선수를 상대고 경고를 받아내면 그것을 지킬 수 있도록 경기를 길게 끌 수 있는 체력......
어느 때인가 알고 지내는 신부님이 ‘혼란스러울 때는 전통으로 돌아가라.’ 라는 신앙의 강론을 하신 적이 있었다. 스포츠 선수들이나 무술 시범단들도 공연이 휴지기에 들어가면 각자 기본기를 다듬는 시간을 가진다. 경기나 시범에 임하다 보면 본래 가지고 있는 기본이 많이 망가지기 십상이기 때문에 그런 기간 동안 스스로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가지는 것인데 명륜 역시 이전국 선수라는 상대를 맞아 했던 수련은 별 다른 필살법이 아니라 그저 기본으로 돌아가는 전통의 방법이었다.
혼란스러울 때는 전통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은 비단 오늘 경기에서 명륜이 보여준 것만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다. 오늘날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가정의 해체인데 가정에서도 혼란이 닥쳐온다면 우리는 전통으로 돌아가 봐야 한다. 처음 서로 감정이 싹틀 때의 두근거림, 처음 가정을 시작할 때의 기쁨, 자식을 잉태했을 때의 행복함 등을 다시 돌아가 생각해본다면 지금 서로 싸우는 가정의 위기도 슬기롭게, 자식과 부모간의 불화도 더 좋은 방향으로 다시 풀 수 있지 않을까?
하도 전통 사이비들이 설쳐대는 바람에 그 빛을 점점 잃어가고 있지만 어둠이 빛을 이겨본 일이 없는 것처럼 전통이라는 그 빛은 혼란스러운 오늘날에 더욱 소중하게 빛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TKB 미디어팀 조현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