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이 지켜보고 있다.] 인고(忍苦)
총무 | 2011-07-12 13:392,136 37
양팀 모두 이번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8강행이 확정된다. 그런 부담감이 있는 상태에서 경기를 하게 되는데 과연 어떤 모습이 나올까 생각이 드는 찰나 어느새 양 팀이 입장을 마쳤다. 으잉? 근데 서울 중구는 팀원도 한명이 부족한 상태였다. 이거 점점 고려대로 승기가......
먼저 서울 중구에서 박용덕 선수가 출전했다. 중앙전수관에 데굴데굴하러 한번 갔을 때 본 적이 있는 친구로 아랫발질의 기본기가 아주 좋은 선수였다. 거기에 근력도 좋은데 반면 성적은 크게 좋지 않은......뭐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 법이니까 분명 경험이 더 쌓이면 좋은 성과가 보이겠지. 이에 맞서 고려대는 한경덕 선수를 내보냈다. 두 선수가 맞붙고 아랫발질이 몇 번 오가더니 중심을 낮추고 있던 박용덕 선수가 번개같이 오금잽이로 한경덕 선수를 넘겨버리며 1승을 가져갔다. 박용덕 선수는 승리의 기쁨을 폴짝 뛰며 만끽했다. 오...귀여운데......(위, 위험해!!!-_-)
힘이 좋은 박용덕 선수를 상대하기 위해 발길질이 좋은 선수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박제우 선수가 출전했다. 지난 경기에서 안암비각패의 양관호 선수를 외발쌍걸이로 들여보낸 선수......박용덕 선수는 슬금슬금 품을 놀다가 아랫발질을 쓰면서 구석으로 몰아 오금을 잡으려고 했고 박제우 선수도 지지 않고 그에 힘으로 맞서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박제우 선수가 한번은 오금잽이로 반격해 박용덕 선수를 눕혔지만 아쉽게도 장외.
박용덕 선수는 자세를 낮추고 넘어가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아랫발질로 계속 공격하는 반면 박제우 선수는 상대의 오금잽이가 신경쓰이는지 아랫발이 잘 나오지 않는 게 좀 불안했다. 그러던 중 둘이 엉켰다가 박용덕 선수가 무릎을 꿇나 싶더니 벌떡 일어나서 몸을 뒤집으며 박제우 선수를 뒤로 내팽개쳐버렸다-_-; 박용덕 선수 무릎이 닿았나 하는 점이 있었지만 정면에서 내가 본 것으로는 옷은 살짝 스쳤을 지언정 닿지는 않았다. 이로써 2연승...
다음으로 출전한 고려대의 이광휘 선수가 거친 아랫발 공격으로 박용덕 선수를 몰아가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좀 얌전한 스타일인 선수들과 다른 거센 공격에 박용덕 선수의 다리가 들썩들썩 거리기 시작했다. 기세가 붙은 이광휘 선수가 계속 박용덕 선수를 코너로 몰던 순간, 오금을 잡으며 들어오는 박용덕 선수를 기다렸다는 듯이 이광휘 선수가 잡아챘다. 그리고 뽑아 올리는 바람에 박용덕 선수는 오금을 놓쳐버렸지만 잽싸게 다시 둔부와 오금을 잡아채더니 왼편으로 몸을 비틀며 몸으로 밀어붙이자 다리를 넓게 벌리느라 허점이 생긴 이광휘 선수가 그만 우당탕 넘어가버렸다......오...3연승...+_+
송조현 선수가 나왔다. 시작하고 얼마 안되어 그 ‘운명의 수레바퀴’ 차기를 선보였지만 어쩐지 어설픈 그모습에 사람들은 물론 주심인 박성우 선생님도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박용덕 선수에게는 고맙게도 송조현 선수는 그리 거칠게는 들어오지 않았다. 숨을 골라가며 박용덕 선수는 첫 경기 때의 움직임이 나오기 시작했고 송조현 선수는 어떤 관중 아저씨의 응원에 힘입어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갔고......송조현 선수의 방어가 좋아서 그런지 박용덕 선수가 딱히 공격의 실마리를 잡아가지 못했다. 급기야 날치기까지 썼지만 빗나가고......이거 경기가 길어지겠다...싶던 순간 갑자기 박용덕 선수가 회전하며 송조현 선수에게 급속 접근하더니 이어 바로 오금을 걸며 손으로 가슴을 밀어버리자 순간 허점이 생긴 송조현 선수가 뒤로 벌렁 나가떨어져버렸다. 어어??? 이러면 고려대에는 이제 선수가 한명...헉...!!!
여태까지 느긋하게 구경하던 입장에서 갑자기 가슴이 두근두근 쿵쿵거리기 시작했다. 이거 또 역전승??? 강태경 선수가 나왔고 과연 결과가 어찌될지 심히 궁금해졌다. 강태경 선수 입장에서는 일단 빨리 박용덕 선수를 정리하고 싶었는지 오금잽이, 칼잽이, 발따귀 등으로 다양하게 박용덕 선수를 몰아가기 시작했다. 다리에 타격이 쌓였는지 강태경 선수의 엎어차기에 박용덕 선수가 심하게 흔들렸다. 어...위험한데...박용덕 선수는 잽싸게 촛대걸이로 반격했고 그 순간 강태경 선수가 박용덕 선수의 덜미를 잡아챘다, 엉덩걸이!!! 넘어간......어라? 강태경 선수의 엉덩걸이를 넘어가지 않고 버티던 박용덕 선수가 중심을 반대로 몰리게 하더니 엉덩걸이를 하느라 반대쪽이 빈 강태경 선수가 그대로 쓰러져버리고 말았다.
오오 올킬!!!+ㅁ+ 예상을 깨고 중구가 이긴것도 신기한데 거기다 올킬이라니!!! 중구팀이 몰려나와 박용덕 선수를 헹가래하기 시작했다. 으허......정말 택견은 뚜껑을 열어봐야 무슨 요리가 나올지 아는구나......크......그간의 전적을 깨고 8강의 진출을 놓고 벌어진 경기에서 무려 올킬이라니......
박용덕 선수의 저 승리를 보니 인고(忍苦)의 세월이라는 영화제목 같은 문장이 떠올랐다. 작년 전적 3전 3패-_-; 올해 전적도 크게 신통치 않음. 하지만 꾸준히 수련해왔고 그것이 결국 오늘의 빛을 발한 것 같다.
세상을 살다보면 노력한 만큼 결과가 오지 않는다고 비분강개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잔을 넘치게 하는 것은 언제나 마지막 한 방울. 그 한 방울을 위한 끈기가 있느냐 없느냐가 명암을 가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자신의 전적이 신통치 않다고 그냥저냥 출전을 하는 둥 마는 둥 했다면 박용덕 선수에게도 오늘의 영광은 없었을 것이다. 그 한 방울을 위한 끈기. 그런 끈기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해 준 좋은 경기였다.
by 곰=ㅅ=)/
TKB 미디어팀 조현웅 기자
이상한
삼년동안 인고의 세월이죠
2008부터 택견배틀이 아닌 지방개인전 시합에 참여 했거든요
2008부터 택견배틀이 아닌 지방개인전 시합에 참여 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