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이 지켜보고 있다.] 챔프

총무 | 2011-07-19 11:32
2,015 53
본때뵈기는 내가 대신
후려차기
또 비가 주루룩주루룩 내리고 있었다. 한반도에도 이제 열대우림처럼 되는건가...그건 싫은데...봄여름가을겨울 패션 보는 재미도 쏠쏠하단 말이야...-_- 뭐 하여튼...그래서 중앙전수관 실내경기는 북적북적거렸다. 이럴때는 정말 전수관 벽이 스윽 열리며 공간이 확 트이는 최첨단 시설을......돈이 문제로구나; 좁은 실내가 너무 답답한지 장태식 선생님이 경기 선수들을 제외한 다른 팀 선수들은 밖에서 대기해 줄 것을 부탁하시자 또 한차례 북적거리는 자리이동이 있었고 이내 성주전수관과 국민대학교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국민대학교는 선수가 세명 밖에 없었다. 오늘 다무도 인원이 부족한데......인원부족의 장날인가-_- 서, 설마 ‘우리 세명만 있어도 성주 전수관을 이길 수 있다!’ ......는 아니겠지- -; 성주전수관은 장희국 선수가 출전했고 국민대학교는 신재동 선수가 출전했다. 신재동 선수의 시원한 낚시걸이를 좋아라 하는 나지만 상대가 상대인지라 보기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작하자 신재동 선수는 칼잽이로 밀고 엎어차기로 걷어차며 적극적으로 공세에 나섰고 장희국 선수 역시 이에 강한 아랫발질로 응수했으며 이를 맞은 신재동 선수는 아픔을 얼굴근육으로 상세하게 표현하는 섬세함을 보여주었다. 경기를 하던 도중 신재동 선수가 자기편 진영으로 주루룩 밀렸는데 선수들이 뭔가를 주섬주섬...아, 성주참외였다. 신재동 선수가 밀리면서 밟을 뻔 하자 소중한(???) 참외를 더 뒤로 옮겼다. 아, 배고픈데...점심을 안먹었다구.....

시간이 흐르자 양 선수가 더 적극적으로 공세로 나섰다. 특히 장희국 선수는 신재동 선수의 특성상(?) 윗발질이 나오기 어렵고 나온다 하더라도 막아낼 자신이 있는지 손을 더 내리고 아랫발질을 더 강력하게 차대기 시작했다. 신재동 선수는 이제 얼굴근육으로 아픔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서 음성효과까지 내주며 관객들을 배려하기 시작했고 결국 후려차기를 맞고 물러서게 되었다.

배정석 선수가 나와서 장희국 선수를 대신해서 기쁨의 본때뵈기를 시전했고 뒤이어 최강현 선수가 국민대의 다음 선수로 나왔다. 장희국 선수는 이전과 다를 바 없는 전략으로 나가면서 최강현 선수를 괴롭히다가 최강현 선수의 아랫발을 잡아챘다. 최강현 선수는 다리를 장희국 선수의 다리 사이에 집어넣으며 방어에 성공했지만 장희국 선수는 중심이 불안한 상대에게 체중을 가득 실어 밀어붙였고 이것이 성공해 2승!!

국민대의 마지막 선수로 이경훈 선수가 나왔다. 기세가 오른 장희국 선수의 거센 아랫발질이 작렬하기 시작했고 나머지 성주 전수관 팀원들이 심심했는지 아나걸의 말투를 흉내내며 장희국 선수우~ 하며 개그 욕심을 부렸지만......역시 하던걸 해야......-ㅁ- 이게 다 황인동 때문임- -; 그러던 찰나 쏜살같이 올린 장희국 선수의 왼발 후려차기가 적중하며 1분이 채 끝나기 전에 승부는 끝나버렸다.

단체전에서 유수의 강팀들을 보면 공통점들이 있다. 각자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기술을 연마하고 그에 따른 최적의 전략으로 경기에 임한다는 점이다. 또 하나의 공통점이라면 그것을 잘 살려줄 좋은 감독이 있다는 점 정도? 성주전수관을 보면 2004년부터 지금까지 큰 멤버 변화 없이 강호동 감독 아래에서 택견의 기본 아래 자신의 특기를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그러면서 모자라는 부분을 꾸준히 연습해 왔다. 그렇게 기초 토대를 튼실하게 살린 결과 오늘날 그야말로 택견배틀의 철옹성 하면 성주 전수관을 떠올릴 정도가 되었다.

‘사라지는 전통은 우리 책임이다.’ 라는 구호 아래에서 열심히 우리 전통인 택견을 꾸준히 수련하며 자신들만의 독특한 가지를 치는 성주 전수관. 전통이라는 것이 시대와 함께 호흡한다는 것처럼 성주 전수관도 그런 전통의 숨결을 이 택견배틀 판에서 꾸준히 숨쉬어주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다.

ps: 뭐......성주 참외도 한 몫하고......(난 이번에 참외 못 먹었음!!! 그 많던 참외 다 어디간거야!!!!ㅠㅁㅠ)

by 곰=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