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이 지켜보고 있다.] 참외 러시
총무 | 2011-09-08 10:252,330 40
성주의 첫 주자는 황인동 선수. 강호동 감독님은 간혹 아주 강수를 잘 쓰신다. 예전에 2005년 결승전에서도 도창주 선수를 초반에 내보내서 판을 거의 결정지어버린 전략을 쓰기도 하셨는데 이번에도 그런 전략이신......것보다는 황인동 선수는 감정의 기복이 있어서 후반에 내보내면 제 실력을 잘 발휘하지 못하니 초장에 내보내신 것 같다.(앗, 전략 노출?-_-;) 손이 크고 발이 크고 덤으로 덩치까지 크지만 눈은 작은(...) 황인동 선수가 나오자 안암비각패에서 긴급회의에 들어갔고 이런 모습에 대한 회장님의 해설이 있었다.
장고 끝에 나온 선수는 김지훈 선수. 힘도 좋고 날래기 때문에 황인동 선수를 상대하기 적합하다는 판정(소냐......)을 받은 것 같다. 둘 모두 덩치는 차이가 나지만 오금잽이가 주특기이고 힘도 좋다. 황인동 선수는 느닷없이 안다리 엎어차기를 갈겨서 포문을 열었다. 서로가 한방에 끝나버릴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큰 모션은 잘 나오지 않고 자잘하게 아랫발질과 활개싸움이 오갔는데 리치가 더 긴 황인동 선수의 엎어차기가 하나 둘씩 꽂히기 시작했다.
김지훈 선수도 만만치 않게 아랫발질을 집어넣었고 그러다가 느닷없이 오른발 후려차기가 올라오는 것을 잘 아는 황인동 선수 역시 거리를 잘 주지 않았는데 그러다가도 슬금 반 스텝 뒤로 빠져서 엎어차기를 꽂아넣곤 했다. 팽팽하게 이어지던 경기는 김지훈 선수의 엎어차기를 잡아챈 황인동 선수가 한바퀴 돌며 바닥에 메다 꽂는 것으로 승부가 났다.
안암의 두 번째 선수는 박상혁 선수. 용인대 유도학과 출신의 실력이 좋은 선수라서 씨름을 했던 황인동 선수를 상대하기에 적절한 선수라고 판단된 듯. 초반에 화려한 날치기를 했지만 아쉽게 빗나갔고 이후 박상혁 선수의 후려차기를 잡아챈 황인동 선수가 오금을 잡아 들어올렸지만 박상혁 선수는 당황하지 않고 중심을 잡아서 무사히 착지. 마치 ‘공태랑 나가신다.’ 의 한 장면 같군...... 한번 그렇게 경험하고 난 후라서 학습 시스템이 발동했는지 재개된 경기에서 황인동 선수는 박상혁 선수의 덜미와 오급을 잡더니 거의 뒤집듯이 뒤로 메쳤고 이번에는 중심을 제대로 잡을 수가 없어서 박상혁 선수는 그대로 매트로 넘어가 버리고 말았다.
힘 좋고 덩치 좋은 권오희 선수가 출전했다. 권오희 선수는 이전의 두 선수와는 달리 조금 떨어져서 경기를 하기 시작했다. 김지훈 선수나 박상혁 선수가 슬금슬금 압박을 해 들어간 것에 비하면 권오희 선수는 아웃복싱을 하듯 경기장을 돌면서 아랫발질을 찼고 보기보다 발질이 날쌔서 황인동 선수가 잡아채지 못하고 번번히 놓쳐버렸다.
약이 올랐는지 황인동 선수가 길게 엎어차기를 시전했다. 잡혀도 나는 넘어가지 않는다는 자신감(건방진!!!-ㅁ-!!)의 발로인 듯......권오희 선수도 몇 번 맞더니 그 뒤로는 살짝 반걸음 뒤로 빠져 회피하는 등 영리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그러나 힘이 빠진 것처럼 헥헥 거리던 황인동 선수는 권오희 선수의 안다리 차기를 잡아챘다. 상대의 안다리를 노리는 아랫발질은 잡히더라도 방어하기가 용이하다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황인동 선수는 그걸 잡으며 몸통으로 밀고 들어가더니 무릎을 권오희 선수 오금에 대고 밖으로 밀어버리면서 3연승을 달성했다.
위기에 몰린 안암비각패에서는 김경근 선수가 나왔다. 신장도 크고 발질도 뛰어나서 황인동 선수를 어떻게든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 번 간을 보기 위해 찬 아랫발질을 황인동 선수는 슬금슬금 견제만 할 뿐 섣불리 잡아채지는 않았다. 저러다가 느닷없이 또 들어가긴 하겠지만...안암비각패 입장에서는 불리한 상황이라서 굉장히 신중하게 경기를 펼쳤지만 성주 전수관 입장에서는 이제 겨우 선봉이기 때문에 큰 부담이 없는 듯 황인동 선수는 타점이 잘 맞지 않는 발질도 해가며 꽤 여유를 보였다. 그런 차이였을까? 빈틈이 많이 노출된 황인동 선수에게 드디어 김경근 선수의 곁차기가 시원하게 작렬했다. 팽팽한 긴장 속에서 나온 시원스러운 윗발질이었기에 조용했던 사람들이 환호를 올렸다.
성주 전수관의 두 번째 선수는 주철성 선수. 택견배틀의 첫 출전 선수지만 역시 성주 전수관의 선수라서 그런지 다부져보였다. 김경근 선수는 여유가 생긴 듯 시작하자마자 날타롭게 후려차기를 올려도 보았고 낚시걸이로 주철성 선수를 위기로 몰아넣기도 했다. 그러나 위기를 넘긴 주철성 선수는 침착하게 경기를 이끌어 나갔고 태질을 하려고 잡아채는 김경근 선수에게 밀리지 않는 담담한 모습도 보여주었다. 김경근 선수가 태질을 하기 위해서 덜미를 잡아챘는데 주철성 선수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자신도 김경근 선수를 잡더니 그대로 뒤로 몸을 돌리며 바닥에 넘어뜨려 버렸다. 압박을 시도하려고 했던 듯 한데...ㅠㅠ
안암의 마지막 선수로 윤홍덕 선수가 나왔다. 근거리 태질 싸움에 굉장히 능한 선수......주철성 선수가 신예답지 않지만 윤홍덕 선수가 워낙 능구렁이라......엇, 초반에 발따귀로 주철성 선수를 차버렸는데......아, 스친발로 판정이 났다. 경기가 재개되었고 서로 아랫발질로 간을 보던 두 선수였으나 윤홍덕 선수의 아랫발을 잡아챈 주철성 선수는 몸을 잔뜩 낮추며 다리를 누르더니 그걸 그대로 빙글빙글 돌려서 윤홍덕 선수를 바닥에 넘어뜨려 버리면서 승부는 끝이 났다. 대어를 둘이나 잡았으니 주철성 선수의 경험치가 올라가서 레벨업을 한 듯......
올해도 이렇게 참외러시는 계속 되어 성주 전수관은 작년의 아픔을 딛고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올해는 아직까지 다섯명의 선수가 모두 출전한 적이 없을 정도로 막강한......이젠 슬슬 어휘가 부족한게 느껴진다. 막강, 최강 뭐 이런거 말고 다른거 없나 -ㅁ-
하여튼 저 참외에 뭔가 있는게 분명해...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해야 될지도......
by 곰=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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