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이 지켜보고 있다.] 용호상박(龍虎相搏)
총무 | 2011-09-08 11:022,446 61
용인대에서 안기중 선수를 내보내자 경기대학교에서는 회의 끝에 윤성군 선수를 초장에 내보냈다. 요즘 들어서 감독님들이 과격해지신 것 같다. 초장에 강한 선수 내보내기가 택견배틀 트렌드인가...-_-;
양 팀 다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라서 긴장했는지 초반에 서로 탐색전만 벌이다가 주심에게 가벼운 주의를 받았다. 그리고 그게 시발점이 된 듯 두 선수가 아랫발질을 차대며 슬슬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여기서 윤성군 선수가 당하기라도 하면 강한 카드가 초반에 잡혀버리는 아리쇠의 입장에서는 타격이 크기에 윤성군 선수는 아주 신중하게 경기를 끌어나갔다. 그러던 찰나 윤성군 선수가 느닷없이 두발당성 들어찧기를 시도했다. 모션이 큰 공격이 나오자 안기중 선수가 당황하며 피하는 것을 그대로 오금을 잡아채고 칼잽이로 밀어버리며 윤선군 선수가 1승을 올렸다.
이에 맞서 용인대가 또 작전을 쑥덕쑥덕 하더니 이번에는 무스를 바르는 손, 일명 ‘무스 핸드’ 김성준 선수가 출전했다. 특이한 손놀림 덕에 선생님들도 흉내내며 재미있어하던 모습인데 어쨌든 김성준 선수는 활개를 살살 움직이면서 아랫발도 차고 덜미를 잡아채며 윤성군 선수를 상대해 나갔다. 전적으로 따지면 김성준 선수가 6전, 윤성군 선수가 60전(...) 아무래도 노련함에 있어서는 상대가 되지 않을 듯 한데...아! 공격을 들어오던 김성준 선수의 왼쪽발을 윤성군 선수가 낚시를 걸어 끌어당기면서 바닥에 무릎을 꿇게 만들었다. 오오 멋진 기술이다 오오 -ㅁ-
북새통으로서는 이번에 반드시 윤성군 선수를 이기거나 최소한 물러서게는 만들어야 한다. 장고 끝에 강영훈 선수가 나오나 했더니...백승기 선수가 나왔다. 지난번 경기에서 백덤블링도 보여줄 정도로 날랜 몸놀림을 보여준 백승기 선수에게 윤성군 선수가 덜미잽이를 들어가다가 되려 되치는 뒤집기에 훌렁 넘어가버리며 엄청난 환호가 일었지만 그 전에 물럿거라가 먼저......이겼다면 핫클립 감인데 보는 입장에서는 아쉽네...
둘 다 비슷한 타입이라서 그런지 승부가 잘 나지 않았다. 덜미를 잡아도, 오금을 잡아채도 서로 중심이 좋으니 쉽사리 넘어가지 않았고 체력들도 좋은지라 그런 몸으로 엉키는 싸움이 계속 되어도 누구 하나 진이 잘 빠지지 않았다. 결국 승부는 무승부가 되어 두 선수 모두 자신의 진영으로 돌아갔다.
용인대학교에서 권혁산 선수가 나왔다. 올해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며 지난 수원 전수관과의 경기에서도 분위기를 한번에 역전시킨 주인공. 그리고 경기대학교에서는 백종민 선수가 나왔다. 권혁산 선수의 공격력을 백종민 선수가 막아내게 하려는 전략인 듯 싶은데......뒤로 너무 물러서는 백종민 선수가 좀 불안해보였다. 보통 저렇게 물러나는 선수가 승률이 낮은 모습을 많이 봐서-_-; 엇, 불길한 예감이 맞았다. 구석으로 백종민 선수를 몰아버린 권혁산 선수가 느닷없이 태질이 아닌 발따귀를 올렸고 그것은 그대로 백종민 선수의 얼굴에 맞아버렸다.
예상외로 승부가 나버렸고 경기대에서는 이천희 선수가 나왔다. 이천희 선수의 경우 재치있고 택견을 잘하는 선수인데 올해는 출전이 없어서 역시 좀 불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택견은 대단히 실전 지향적이라서 서로 견주기를 통해 감각을 꾸준히 유지하지 않으면 잘 하기가 어렵다. 하여튼 경기는 시작되었고 서로 비슷한 타입이라서 그런지 경기는 지루하지 않게 진행되었다. 서로 아랫발질을 주거니 받거니 하더니 이번에는 서로 날치기를 주고받았다. 낚시걸이에 딴죽을 잘하는 것까지 비슷한 두 선수를 보니 이렇다면 아무래도 올해 경기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권혁산 선수가 더 유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예상대로 권혁산 선수가 발따귀를 하는 것을 이천희 선수가 잡다가 놓치며 중심을 잃은 것을 그대로 권혁산 선수가 덜미를 눌러 한바퀴 돌리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동점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경기대의 네 번째 선수는 김성용 선수. 미장원에 가서 이발하다가 실수로 머리를 밀어버리게 된(...) 가슴 아픈 사연의 주인공이다. 올해 초 슬픔에 빠져 조강지처 택견을 멀리하고 애첩인 술(...)을 가까이 한 덕에 몸에 재물(지방...)이 쌓여버린 아픔도 있지만 슈퍼맨인 힘을 찾듯 다시 운동을 시작한 선수...올해 꼭 우승하고 싶다는 욕망이 있어서 그런지 권혁산 선수의 날치기 후 넘어지는 것을 몸으로 깔고 뭉개는(-_-;) 승부욕도 보여주었다.
권혁산 선수는 김성용 선수의 그런 공세에 당황하지 않고 발질을 잡아채더니 이내 그것을 잡아 내리 눌러버렸다. 김성용 선수 입장에서는 물럿거라를 생각하고 있던 것 같은데 이미 기술이 들어가는 중이었기 때문에 물럿거라는 선언되지 않았고 결국 승부는 그대로 나 버렸다. 아...역전......
경기대의 마지막 선수는 김상일 선수. 키가 크고 리치도 길며 딴죽의 기술도 발군이기에 승부는 아직 모르겠다. 기세가 오른 권혁산 선수는 뒤에 남은 선수를 믿는 듯 변함없이 자신의 스타일로 우직하게 밀어붙였다. 김상일 선수도 신중하지만 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아랫발을 차며 맞불을 놓았다. 기세 좋게 공격하던 권혁산 선수가 엎어차기를 차다가 발목을 살짝 접질린 듯 보였다. 표정이 좀 고통스러워 보이는데 그래도 꿋꿋하게 경기를 이어나가더니 덜미를 잡아채는 김상일 선수를 그대로 받아들이며 힘을 흘리더니 그것을 다시 밀어붙여 태질로 넘겨버렸다. 아......이렇게 승부가 나는구나...저런 절묘한 타이밍에서 힘을 쓰다니, 권혁산 선수의 센스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승부에서 용호상박의 경기를 보여주었던 양 팀이었고 승리를 용인대학교 북새통이 가져갔다. 작년 결승전만큼이나 박진감 넘치는 경기였고 승리팀은 승리로 기뻐하고 패배한 팀은 아쉬움에 눈물을 삼키는 모습도 보였다. 오늘 승리한 용인대는 결승전으로, 패배한 경기대학교는 3,4위전으로 가게 되지만 양 팀 모두 중요한 경기임에도 서로간의 지나친 견제 같은 것 없이 구경꾼들이 환호하게 만드는 멋진 경기를 보여준 것에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지만 택견배틀에서는 통하지 않는 관용구다. 그런 택견배틀을 만드는 것은 바로 이러한 최선을 다하는 팀들이 있기 때문이다.
by 곰=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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