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ㅅ=)/ 의 눈] 도기현의 곁차기 이야기 발췌

총무 | 2012-05-22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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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안올려재기’ 식으로 들어 발등을 바깥쪽으로 하여 상대의 얼굴 측면을 차는 기술로 높은 내차기 또는 곁치기라고 한다. 이런 식으로 차는 발길질은 다른 무예에서는 잘 안 쓰는 기술이지만 택견에서는 대표적인 발길질 중의 하나다. 필자가 미국에서 택견을 지도할 때 곁치기를 가르쳐주면 타무도의 경험자들이 왜 택견은 이런 발차기를 하냐고 물어보곤 했었다.

그때는 솔직히 필자도 그저 스승님이 지도해 주신대로 따라했을 뿐 깊은 이해가 없어 그저 '나의 스승님이 그냥 이렇게 가르쳐 주셨다.' 라고 대답해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선생으로서 얼마나 무책임한 대답을 한 것인지 얼굴이 화끈거릴 뿐이다.

필자는 귀국 후 부족한 자신을 보충하느라 한국학에 관련된 가능한 모든 강의를 다 들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국전통 건축에 대한 강의를 듣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이 세상에서 바닥으로 난방이 되는 온돌시스템은 우리민족밖에 없고 그래서 우리민족은 좌식문화로 양반다리 모양으로 앉아서 생활하는 것이 가장 편안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엉덩이가 약간 펑퍼짐하게 퍼져 있으며 다리를 들더라도 약간 안쪽으로 제기 차듯이 들린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강의를 듣다가 귀가 번쩍 뜨이며 택견의 곁치기가 바로 그런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발길질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그때서야 깨달았다. 다시 미국의 제자들을 만난다면 그 원리를 얘기해주고 싶다.

그런데 이 기술의 정확한 명칭이 무엇인지는 사실 필자도 잘 모른다. 스승님께서 곁치기라고 하여 따로 가르쳐주신 기술이 있는데 그때 배우던 제자들이 잘 사용하지 않았고 이 기술을 가르쳐주실 때면 항상 ‘이렇게 곁을 차라!’ 고 일러주셨다. 스승님께서 잘 보여주시는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명칭이 없을 리는 없었을 텐데 스승님과 함께 하던 그 시절 필자는 그저 스승님의 말씀과 동작만을 그냥 그렇게 배우고만 있었다.

좀 더 세세한 부분까지 미처 챙기지 못한 탓에 지금 택견을 전함에 있어 이렇게 어려움을 겪는 것이니 그저 스승님께 죄송스러울 뿐이다. 어쨌든 이 동작과 함께 스승님이 하셨던 말씀에 의거 명칭을 이렇게 붙였음을 밝혀둔다.

-도기현 저- [우리무예 택견] 발췌